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자 간호사로 바꿔주세요"…홀대받는 남자 간호사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자 간호사로 바꿔주세요"…홀대받는 남자 간호사들

입력
2017.12.17 13:20
0 0

손인석 남자간호사회 회장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 심각"

국시 합격자 중 남성 비율 올해 첫 10%대 돌파…처우 개선 시급

남자간호사 배출 50여년만에 만들어지는 남자간호사회 창립총회가 20일 오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임상제1강의실에서 열려 참석한 남자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간호사 배출 50여년만에 만들어지는 남자간호사회 창립총회가 20일 오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임상제1강의실에서 열려 참석한 남자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간호사'는 여성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남자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에는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소홀한 게 사실이다.

최근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체육대회에서 여자 간호사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여자 간호사 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남자 간호사는 여전히 관심 밖이다.

이달 초 서울시간호사회에서 개최된 제4회 대한남자간호사회 정기총회에서 '제2대 회장'으로 선출된 손인석 회장은 이런 문제점 개선을 위해 남자 간호사의 입지를 강화하고, 대외적인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이미지 개선에 나서겠다고 17일 밝혔다.

손 회장은 미국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MBA) 과정을 마친 인재로, 40세가 된 지난 2003년 국내 간호대학에 입학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미국에서 10년 가까이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의사를 따기엔 너무 늦었고, 미국에서는 남자 간호사가 흔하므로 한국에서도 자격만 있다면 헌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돌볼 수 있을 것 같아 간호대학에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 회장이 지난 2006년 간호대학 졸업 후 막상 국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자 간호사들의 처우를 들여다보니 개선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손 회장은 "남자 간호사를 위한 편의시설(탈의실·휴게실 등)이 있는 의료기관은 거의 없었고, 국내 의료계의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에 '환자 돌봄'이라는 간호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일부 환자들은 남자 간호사를 불편해하거나, 병원 내 다른 직종(방사선사·물리치료사 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심지어 남자 간호사를 여자 간호사로 교체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환자도 있었다.

손 회장은 "회원(남자 간호사)들과 면담해보니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한 시선으로 인해 간호 업무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견이 꽤 많았다"며 "또 아직 남자 간호사가 많지 않으므로 병원 내 위계질서 개선 등에 있어 본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놓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런 남자 간호사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 때문에 '백의의 천사'라는 꿈을 안고 간호대학에 진학했던 남자 간호사들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겪는 괴리감은 아마 상상하기 힘들 것"이라며 "간호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병원에 취직했던 남자 간호사 중 이런 점을 견디다 못해 얼마 못 가 퇴사하는 경우도 수차례 목격했다"고 분석했다.

손 회장은 남자 간호사 비율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한간호사협회의 연도별 국시 합격자 현황을 보면 최근 10년간 전체 합격자 중 남자 간호사 비율은 2007년 2%·2008년 4%·2009년 5.3%·2010년 5.4%·2011년 6.7%·2012년 7.5%·2013년 7.8%·2014년 8%·2015년 8.7%·2016년 9.9%로 매년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간호사 국가고시 전체 합격자 중 남자 간호사 비율은 10.96%로 사상 최초로 10%대를 넘겼으며, 전체 남자 간호사 1만2,676명 중 절반이 넘는 7,493명(59.1%)이 최근 5년 새 배출됐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라도 남자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손 회장의 주장이다.

손 회장은 "내년 초부터 일선 의료기관들을 방문해 병원장·수간호사뿐 아니라 갓 입사한 간호사들을 만나 실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현재 의료법인 손재림의료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재단은 손 회장의 아버지인 손재림 영천손한방병원 원장이 설립했다.

또 부인은 한의사, 둘째 여동생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셋째 남동생은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어 말 그대로 '의료인 가족'이다.

손 회장은 "의사·한의사·치과의사·조산사와 더불어 엄연히 의료인의 한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간호사 중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봉사 등 대외적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손 회장은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로 널리 알려진 '국경 없는 의사회'와 '그린닥터스'를 예로 들었다.

손 회장은 "의사들의 국제단체처럼 임상에서 다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 있는 남자 간호사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 수 있는 '국경 없는 간호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는 은퇴 후 국내외에서 헌신적인 봉사 활동을 하면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희망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남자 간호사가 자부심을 품고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의료계와 정부의 많은 관심과 지원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가업 및 의료재단을 인수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간호직에 도전하게 된 것 아니냐는 일부 시선에 대해 손 회장은 손사래를 쳤다.

손 회장은 "손재림의료재단은 한방의료재단이기 때문에 간호사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며 "간호대학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함일 뿐 가업 인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