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병은은 작품마다 인상 깊은 연기로 얼굴을 알렸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필모그라피를 쌓은 그는 특히 선 굵은 악역으로 연기력을 입증했다. 영화 '암살' 속 카와구치를 잊지 못했던 대중은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마상구를 보며 박병은을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박병은이 보여준 마상구는 쿨한 연하의 연인 이솜에게 쩔쩔매면서도 그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어른 남자였다. 어리숙해 보이지만 따뜻한 감성을 지닌 귀여운 남자기도 했다.
Q. '이번 생은 처음이라',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을 예상했는지.
"대본이 정말 좋았어요. 또 첫 리딩 때 대본으로 봤던 것과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과정에서 더 느낌이 좋더라고요. 캐스팅이 적절했고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솔직히 고생해서 찍는 작품을 여러 사람이 좋아해 주면 보람이 느껴지죠. 힘이 나고 뿌듯해요. 작품도 좋은 평을 받고 제 캐릭터도 많이 좋아해 주셔서 연기하는 맛이 났죠."
Q.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전에 다크하거나 악역을 많이 했어요. 과연 박병은이라는 배우가 마상구를 할 줄 있을까 의문도 가졌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제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서 마상구라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말 촬영도 즐겁게 했어요. 이전에 연기할 때는 늘 역할에 대한 부담을 가졌거든요. 그래서 현장 가는 게 즐겁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근데 이번 작품은 정말 큰소리도 나지 않고 즐거운 마음을 가져도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잘 선택했다 싶었죠."
Q. 이솜과의 케미가 좋았다.
"이솜은 첫 대본리딩에서 처음 만났어요. 어떤 사람인지 아예 몰랐죠. 커플이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거니까 관심이 많이 갔어요. 생각보다 수줍음이 많고 낯도 많이 가리는 친구에요. 서로 친밀감을 높여가는 시간이 필요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더 친해져서 서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Q. 이민기와의 관계 설정이 독특하고 재밌었다. 뒤바뀐 갑을관계가 웃음을 주는 요소가 됐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내가 사장인데 직원한테 이렇게까지 맞춰줘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근데 어플 쪽 IT 회사에서 개발자라는 위치가 주는 무게를 알고 나니까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사람으로 인해 많은 게 바뀌니까 아무리 사장이라고 하더라도 개발자에게 맞춰줄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또 이민기와는 전에 '연애의 온도' '몬스터'를 함께 했어요. 평소에도 친구처럼 지내고 연락하는 사이라서 둘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녹아난 것 같아요."
Q. 마상구 캐릭터를 귀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암살' 속 카와구치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귀엽다는 반응은 감사하죠. 제 스스로도 그 캐릭터가 귀여웠어요. 제가 그렇게 안 느끼면 다른 분들도 그런 매력을 못 느낄 것 같았죠. 앞으로도 귀엽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주어진 작품 안에서 캐릭터를 보여주는 일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요. 드라마를 하기 전에는 악역만 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냐고들 하셨는데 사실 그렇지 않았거든요. 저는 언제든 코믹하거나 로맨틱한 인물 모두 할 수 있었어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죠. 예전에 오디션만 보고 다녔던 때에 비하면 지금이 어디에요."
Q.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매력은 뭔지.
"저는 연애나 낚시, 모두 쉽게 질리지 않고 오래 하거든요. 그런 성격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도 질리지 않고 오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상상 속 인물을 제 목소리와 외모만으로 표현한다는 게 멋진 일 같더라고요. 대단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또 어떤 박병은은 만날 수 있을까.
"허술하면서도 코믹하고 밝은, 그런 사람이 하는 가슴 찢어질 것 같은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제 수명이 단축되고 끝나고 탈진할지도 모르지만 배우로서 꼭 해보고 싶은 연기에요."
명희숙 기자 aud6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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