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보험 규제 장벽 탓 속 끓이는 은행들

“직접 찾아 다니면서 영업을 해도 계약 체결이 될까 말까 한데 창구에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라는 게 15년째네요.”
은행들이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 판매) 규제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점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급격히 줄면서 예ㆍ적금, 대출 상품 등에 대한 판매 전략은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고 있는데, 보험 영역만큼은 손도 못 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3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방카슈랑스 규제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일단 지점의 은행 직원들이 모두 보험 판매 자격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한 지점당 2명만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또 판매 상품도 연금보험과 저축성보험 등 2가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보험사의 상품은 25%(2005년부터) 이상 팔지 못합니다. 그나마 도입 당시(49%)보다는 많이 낮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은행 점포 밖에서는 상품 판매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은행 직원들도 보험 상품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행원들 사이에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따는 열풍이 분 적도 있다”며 “하지만 설계사들이 수입원을 뺏기면 생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반발해 이런 규제가 도입됐고 지금껏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격돌은 관련 서비스가 새로 나올 때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8월 금융당국이 은행이 있는 금융지주사에 한해 보험 복합점포를 허용할 때도 전국 40만여명의 보험 설계사들이 “생존권을 뺏길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복합점포는 지주사별로 3개만 허용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2년간 운영 결과 소비자 피해나 설계사 피해 우려가 적어 규제를 완화한다”며 “내년부터는 보험 복합점포를 5개까지 허용하고 은행이 없는 금융그룹도 원하면 5개까지 열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생명ㆍ화재ㆍ증권), 미래에셋그룹(생명ㆍ증권)까지도 보험 복합점포를 열 수 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나머지 규제들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3월 공식적으로 관련 규제를 풀어달라며 금융당국에 요청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입니다.
은행들은 “보험 상품은 특약사항 등 설명할 것이 많고 고객을 설득할 시간이 많이 필요해 외부로 나가 영업하는 게 특징인데 그 자체를 막고 있다”며 “당국과 국회는 설계사와 보험사 등의 눈치만 보느라 은행들이 장사가 안 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규제 완화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ㆍ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총 1,447억원으로 전년 동기(1,513억원) 대비 4.6%, 2015년 상반기(1,704억원)보다는 15.1%나 급감했습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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