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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한중 핫라인 개설, 갈 길이 멀다.

입력
2017.12.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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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국방 핫라인, 2015년 합의 이후 먹통

개설 합의보다 양국 소통 의지가 더 중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국 MOU 서명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국 MOU 서명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14일 회담에서 양국 정상간 핫라인(직통전화)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험악한 상황이 지속되던 양국관계를 감안하면 고무적인 일이다. 핫라인이라는 어감상, 냉(Cool) 기류가 흐르던 한중간에 핫(Hot)한 불꽃이 튀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기대감도 생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핫라인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양측이 원할 때에 언제든 통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마찬가지다. 정상간의 통화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상대방 전화번호를 저장해도 스팸으로 돌리거나, 착신을 전환하거나, 아예 수화기를 꺼버리면 그만이다. 왜 그럴까? 전화 받기가 귀찮고 성가시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간 핫라인은 쿠바 미사일 위기 직후인 1963년 미소간에 처음 개설됐다. 코앞에서 미사일로 본토를 위협받았던 미국이나, 정면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달려드는 미국을 상대로 움찔했던 소련 모두 상황관리가 필요했던 탓이다. 이후 핫라인은 안보현안으로 얽힌 국가간에 분쟁을 방지하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오판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소통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다. 중요한 건 이처럼 유용한 수단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렸다. 용도 폐기된 대표적인 사례는 한중 국방당국간 핫라인이다. 그런데도 기존 라인부터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정상간 핫라인을 또 만들겠다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한중 국방장관은 2015년 12월 31일 핫라인을 개설했다. 앞서 7년여 간 수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논의하며 공들인 결과였다. 우리 국방부의 핫라인은 이로써 3개로 늘었다. 미국과는 장관끼리, 일본과는 실무급인 국장간에 핫라인이 열려 있다.

곧바로 핫라인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사태가 터졌다. 개설한지 채 1주일만인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 버튼을 누른 것이다. 사고뭉치 북한을 상대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중국인지라, 국내의 모든 관심은 한중간 국방 핫라인을 통해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가에 쏠렸다. 오래 걸리는 유엔 안보리 논의를 기다릴 것도 없이, 중국을 신속하게 움직여 긴밀한 대응으로 북한의 숨통을 바로 옥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우리의 순진한 기대였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중국측은 끝내 핫라인의 수화기를 들지 않았다. 대중외교의 허상과 외교안보라인의 총체적인 무능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은 애타는 하루하루를 보냈고, 윤병세 외교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로서는 억울했지만, 들여다보니 어쩌면 그럴 만도 했다. 핫라인의 작동원리는 이렇다. 먼저 실무자끼리 연락해 상관인 장관들의 일정을 교환한다. 다음으로 장관간 통화 가능한 시간을 파악한다. 그나마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난색을 표하면 통화시점은 다시 며칠씩 미뤄진다. 한쪽이 수화기를 들면 상대방이 바로 받는 의미의 핫라인은 이미 물 건너간 다음이다.

이후 다행히 양측의 시간이 맞아 통화하면 그나마 성공이지만, 이런 식으로 며칠씩 조율만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왜 굳이 핫라인을 개설하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상들에게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며 언제든 전화하라고 호기를 부리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결국 핫라인은 긴박한 상황에서 양국의 신속한 연락보다는 통신보안을 좀더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한 셈이다.

청와대는 14일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의 핫라인 개설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국방장관이 2년 가까이 방치해 온 핫라인을 문 대통령이 살려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당장 중국은 우리와 사드 문제를 논의할 국방당국간 회담을 요구하며 거칠게 몰아붙일 태세다. 이번에는 모쪼록 양국 모두 전화기를 들고 생산적인 논의에 나서길 기대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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