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닉네임’ 부자다. 과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에는 평범하게 ‘친이계’ 혹은 ‘친김무성계’로 불렸으나, 탄핵 정국 당시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겨 청문회 위원장을 맡아선 ‘버럭 성태’라는 별명으로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이후 바른정당 행사장에서 힙합 복장에 랩까지 선보여 ‘MC 성태’로 불리더니,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는 철새(정치인) 혹은 박쥐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김 원내대표의 닉네임 수집 욕구는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이 되고 나서도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취임 첫날인 13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한국당을 무시하면 여야 관계가 끝장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뒤, 자신이 대여 투쟁 전선에서 ‘전사’가 되겠다고 자청했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최전선에서 ‘김성태 욕받이’ 역할을 해 준 홍준표 대표를 덕장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전장에 선봉으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김 원내대표는 14일 전사의 캐릭터에 들개를 투영시키기도 했다. 그는 “제1야당을 의도적으로 패싱하고 손쉬운 국민의당과 소위 뒷거래를 통해서 (정국을) 끌고 간다면, 한국당은 거센 모래벌판,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처럼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들개의 강인함으로 무장해 여권의 공세에 물러서지 않는 전사로 싸우겠다.” 영화 ‘300’의 스파르타 군인들을 연상시키는 강경한 도전장이자 격문이다.
김 원내대표의 들개 전사론은 여권을 향한 대여 투쟁에 차용되지만, 내부적으론 암존한 친박계를 향해서도 공히 작동될 전망이다. 대여 투쟁만큼이나, 20~30명에 이르는 비박계 및 복당파와 친홍계를 대표해 원내 장악력을 높이는 것도 그의 당면 과제인 이유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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