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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폭력 가해 스스로 고백한 할리우드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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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폭력 가해 스스로 고백한 할리우드 영화감독

입력
2017.12.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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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모건 스펄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화감독 모건 스펄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화 ‘슈퍼 사이즈 미’의 모건 스펄록 감독이 남긴 트윗. 트위터 @MorganSpurlock 캡처
영화 ‘슈퍼 사이즈 미’의 모건 스펄록 감독이 남긴 트윗. 트위터 @MorganSpurlock 캡처

“내가 문제의 일부다.”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의 음식만 하루 세끼 먹으면서 건강이 나빠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의 감독 겸 주연인 모건 스펄록이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과거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스스로 공개했다.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 폭로를 계기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지난 몇 달간 이어져 왔지만 가해자 남성이 자신의 성폭력 사실을 먼저 공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스펄록은 13일 트위터와 연결된 장문 업로드 서비스 트윗롱거를 통해 “나는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커리어를 쌓아 왔다”고 말하면서 “소위 ‘영웅’과 남자들이 차례차례 자기 과거의 무분별함과 제대로 직면하지 못하는 동안 나는 ‘다음은 누굴까?’라고 생각하는 대신 ‘언제 내 얘기가 나올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스펄록은 “내가 할리우드에 역병처럼 번지는 성적 괴롭힘 현상의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넘길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자신이 성적 괴롭힘 행위를 했던 몇 가지 사례를 공개했다. 우선 대학교 시절에 자신은 처음에 화간이라고 여겼지만 여성은 성관계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밀고 나간 적이 있다며 이는 강간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운영한 회사에서는 여성 비서에게 화가 날 때마다 ‘핫팬츠’나 ‘섹스팬츠’같은 저질스런 별명을 붙여 부르며 비난을 가했다며, 비서가 퇴사하면서 그간의 언어 성폭력에 대해 침묵하는 대가로 합의금을 요구하자 명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응했다고 밝혔다.

스펄록은 이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이 자신이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년기부터 10대에 이르기까지 성적인 괴롭힘을 당했고, 남성으로서 약해 보일까 봐 이 사실을 숨겼다”라며 “우울증에 시달렸고 술에 자주 의존했다”고 설명했다. 자신도 남성 중심 문화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스펄록의 ‘자백’에 네티즌 일부는 “용기 있는 고백”이라며 지지를 보냈지만 다른 이들은 진의를 의심했다. USA투데이의 앤드리아 맨덜 기자는 “진의를 알 수 없다. 순수하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는 것인지, 단지 선수를 치려는 것인지,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서의 명성을 유지하려는 것인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코미디언 피터 코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스펄록의 글 일부에 변명이 들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스펄록은 용감한 게 아니라 그냥 자신이 쓰레기 행위를 벌인 이유를 공개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스펄록은 다음날인 14일에는 지난 2004년 자신이 설립한 영화제작서 워리어포츠의 대표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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