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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학교태양광사업, 민간사업자 반발로 잠정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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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학교태양광사업, 민간사업자 반발로 잠정 중단

입력
2017.12.1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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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전국 2,500여개 학교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려는 계획이 민간 태양광 사업자의 반발로 잠정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태양광 사업’ 외에도 1메가와트(㎿) 이하의 소규모 발전 사업자가 대부분인 태양광 사업을 놓고 기존 소규모 민간 사업자와 한전 간의 마찰이 지속되고 있어 적절한 사업 범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한전 등에 따르면 일반 시민, 시민단체 등이 주도해 설립한 태양광 사업 협동조합들이 “민간 기업이 먼저 진출해 있는 소규모 사업에 공기업이 침범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골목상권침해”라며 반발해 지난 9월부터 한전의 관련 사업 신규 모집이 잠정 중단됐다.

지난해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는 4,000억원을 투자해 특수목적법인(SPC) ‘햇빛새싹발전소’을 만들었고, 2020년까지 전국 2,500여개 학교에 총 200㎿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표준화력발전소 1기가 500㎿인 것을 감안하면 한전과 발전 자회사에겐 작은 규모의 사업이다. 한전 관계자는 “수익성을 주목적으로 한 사업이 아니다”라면서 “에너지신산업에 ‘마중물’ 투자를 확대해 내수시장과 고용증대 효과를 노리고, 학교의 냉난방 비용 부담을 줄여 학생들의 학습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에 시작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한전SPC는 학교 설비에서 발생한 전력과 신재생인증서(REC)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옥상 태양광 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은 바로 전력계통으로 전달돼 학교 자체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데 쓰이진 않는다.

한전SPC는 학교당 100㎾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20년간 운영하게 된다. 학교 측은 매달 부지 제공 대가로 1㎾당 4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100㎾면 한 달에 400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금까지 전국 195개 학교 옥상에서 한전SPC 주도로 태양광 설비 설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학교 태양광 사업에 먼저 진출한 협동조합 측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차질이 생겼다. 2012년 학교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협동조합 측은 ‘공기업이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며 정부 측에 꾸준히 민원을 넣었다. 이에 한전SPC는 사업 확대와 학교 홍보를 중단하고, 협동조합에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한전SPC은 민간 사업자들과 협의해 합의점을 찾는 한편 학교 외에 공공기관 옥상 등을 대안으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민간 사업자의 반발에 부딪힌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소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이 한전SPC에 학교 태양광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당시 중소 태양광발전 사업자의 의견을 모아 반대 성명을 발표했던 에너지ㆍ환경 공익법인 에너지나눔과평화에 따르면 한전SPC의 사업 발표 후 기존에 학교들과 학교 태양광 사업을 추진해왔던 일부 사업자들은 계약 파기 통보를 받거나 협의 대상에서 배제되는 일을 겪었다.

교육청과 학교 측이 한전SPC를 선호하는 것은 설치ㆍ운영ㆍ관리 능력에 있어서 한전SPC를 더 신뢰하고 임대료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사업자와 계약할 경우 1㎾당 3만원을 받는다. 다만 보조금은 협동조합을 선택했을 때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다. 학교가 협동조합과 계약해 설치하면 3,000만원의 보조금(내년부터는 4,00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한전과 계약하면 1,150만원을 받는다.

사업 추진 속도도 한전SPC가 월등히 빠르다. 한전SPC가 이 사업에 진출하기 이전인 2013~2016년 서울시 학교 옥상 태양광 설치는 26곳에 그쳤으나 지난해 한전SPC가 참여한 뒤 올해 100여개 학교가 설치에 동의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운영ㆍ관리 능력이나 사업 진행 속도에서 민간 부문보다 앞서기 때문에 소규모 사업자와 협동조합 등에만 맡기면 태양광발전 확대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민간 사업자가 먼저 진출해 있는 영역인 만큼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업을 한다거나 사업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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