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ㆍ컨설팅 부당거래 혐의
공정위, 골프장 운영권 관련 조사
금융지주회사 규제 피하려는
편법 지배구조 문제도 도마에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국내 자기자본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의 초대형 투자은행(IB) 꿈이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단기금융업은 자기자본 2배 한도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신사업이다. 미래에셋그룹의 해묵은 지배구조 문제와 일감 몰아주기가 발목을 잡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미래에셋대우는 15일 ‘금융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진행으로 인가 심사가 보류될 것임을 전날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 받았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공정위에 관련 서류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업 인가와 관련된 사항은 향후 진행상황에 따라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쪽에서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있다고 제보가 들어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 초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컨설팅 사이의 거래에서 공정거래법상 위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7월 골프장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의 운영권을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인 와이케이디벨롭먼트에 양도한 게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부동산 관리 회사로, 박 회장(48.63%)과 부인(10.24%), 자녀 등의 지분이 91.86%에 달하는 가족회사다. 그룹의 정점에서 계열사 일감을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미래에셋 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된 사안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그룹 내 계열사를 사실상 소유하면서도 지주회사 규제를 피하기 위해 편법을 쓴다는 비판이 많았다. 현행법상 자회사의 최대주주면서 지분율을 30%(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한 회사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 금융사는 관련 개별법에 추가로 금융지주회사법까지 적용받아 당국의 이중 관리를 받게 된다. 자회사 간 거래가 일부 제한되고 대주주 신용거래가 금지되는 등 각종 의무도 부여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그 동안 미래에셋캐피탈은 계열사 지분 조정을 통해 최대주주가 아닌 2,3대 주주가 되거나 연말이 되면 불필요한 단기 차입금을 조달해 총자산을 늘리는 방법을 써 왔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미래에셋그룹의 ‘편법’ 지배구조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실태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으며 법리 검토를 통해 필요하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배구조문제를 올해 말까지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증권사의 신사업 인가 심사 과정에 다른 계열사의 내부거래까지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발행어음 인가를 내주지 않기 위해 계속 딴지를 거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해 초대형 IB로 지정된 곳 가운데 발행어음 사업이 인가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KB증권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 중이고 NH투자증권도 여전히 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보류됐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