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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유럽군 창설로 안보 홀로서기 시동

입력
2017.12.15 16:3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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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우선주의’ 못 미더운 트럼프 탓

독자 안보능력 구축 본격 시동

14일 EU 정상들이 브뤼셀에서 열린 PESCO 출범행사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14일 EU 정상들이 브뤼셀에서 열린 PESCO 출범행사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14일(현지시간) ‘항구적 안보ㆍ국방 협력체제’(Permanent Structured CooperationㆍPESCO)를 출범시켰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의존해온 EU가 ‘안보 홀로서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모습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덴마크, 몰타를 제외한 25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PESCO 출범식을 가졌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전부터 유럽군을 창설하려던 야망이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려는 용기와 통합 움직임이 없었다”며 “꿈은 때때로 실현되는데, 오늘 이 꿈이 현실이 됐다”고 자축했다.

이에 따라 EU가 유럽군 창설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 경제적 통합을 넘어 군사적 통합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PESCO는 무기 개발과 같은 군사 분야에 공동 투자하고,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등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EU 회원국 간의 안보ㆍ국방 협력을 강화하게 된다.

EU는 1950년대부터 독자적인 안보 체계를 갖추려고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러시아 해커들이 전 세계적으로 활개를 치는 등 러시아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PESCO에 대한 논의는 탄력을 얻었다. ‘미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토에 대한 모호한 태도도 PESCO를 출범시키는 데 한몫했다. 취임 후 입장을 완화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나토 무용론’을 언급하고, 오히려 나토의 견제 대상인 러시아에 대해 친근한 태도를 보이는 등 EU국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엘마 브록 전 EU의회 내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리더십과 미 우선주의적 접근이 EU를 자극했다”며 “여기에는 미국에 의지할 수 없다면 보다 통합된 안보ㆍ국방 정책을 추진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EU 정상회의는 이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예비단계가 충분히 이뤄졌다며 무역 등 새 관계 설정을 위한 본협상 개시를 승인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로서는 13일 자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협상의 최종 권한을 의회에 넘기는 법안이 통과되며 입은 타격을 EU의 지지로 어느 정도 만회한 셈이 됐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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