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비밀리에 예멘 내 시아파 성향 후티 반군에게 미사일 등 군비를 지원한 명확한 증거가 나왔다고 미국이 밝혔다. 이란 측은 조작이라며 부정했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 근처 애너코스티아-볼링 합동기지의 한 창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국제공항을 향해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미사일의 파편을 공개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 미사일은 이란에서 만들어졌다”라며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무기 비확산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미국과 동맹들은 이란이 예멘,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반군에 무기를 지원했다는 정보를 공개했다”며 “이란 정권이 더 이상 불법적인 행위를 할 수 없게 하겠다. 이란의 공세에 맞서는 것이야말로 세계의 싸움이다. 이 창고에 있는 것(미사일)이 이란의 군사적 확장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라고 연설했다. 국제사회의 ‘반이란 동맹’ 형성을 호소한 것이다.
후티 반군의 집권을 막기 위해 예멘에 군사 개입한 사우디는 헤일리 대사의 발표를 환영하며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을 비난하고 유엔 안보리가 즉각 이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도 국제사회의 공동행동을 촉구했다.
반면 이란은 헤일리 대사가 내놓은 증거가 “조작된 것”이라고 대응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003년 콜린 파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증거’를 공개한 사진을 헤일리 대사의 사진과 나란히 늘어놓으며 헤일리 대사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암시했다. 예멘 후티 반군 역시 “이란 미사일 관련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수도로 승인한) 예루살렘으로부터 아랍 세계의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고 논평했다.
유엔의 분위기는 미온적이다. 헤일리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발행한 이란 핵협상 이행 보고서 역시 이란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는 유엔 조사관들이 후티 반군이 리야드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의 잔해를 여전히 조사 중이라고 쓰여 있다. 안보리 일원인 영국의 매슈 라이크로프트 주유엔대사 역시 로이터통신에 “검토는 할 수 있으나 공개된 증거만으로는 안보리의 몇몇 대표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의 발표는 미국의 새로운 중동전략이 이슬람국가(IS) 격퇴에서 이란 봉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날 보도로 인용한 한 미국 고위관료는 “트럼프정부는 이란과 그 위성세력들이 시리아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 내 동맹을 위협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본다”라며 “구체적인 정책방안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WSJ는 이 보도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년 초 시리아에서 이란 봉쇄를 골자로 하는 중동정책 발표 연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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