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막장 드라마’의 장본인 토냐 하딩(47)과 낸시 캐리건(48). 24년 가까이 흐른 지금 그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평창 올림픽을 코앞에 둔 내년 2월 초 캐리건 습격 사건을 다룬 블랙코미디 영화 ‘아이, 토냐(I, Tonya)’가 개봉될 예정”이라며 “두 라이벌의 오랜 악연이 또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딩은 피겨스케이팅 선수 자격이 박탈된 이후 프로복서, 종합격투기 선수에 도전하다 건강 문제로 은퇴, 지금은 재혼하고 미국 워싱턴주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 반면, 사건 피해자였던 캐리건은 아이스쇼 출연ㆍ연출, 피겨대회 해설자, 저술 활동 등 전형적인 은퇴 선수 코스를 밟고 있다. 2004년에는 피겨스케이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최근에는 첫 아이 출산 직후 겪었던 비만증 경험을 토대로 다이어트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두 라이벌 간 악연은 제17회 동계올림픽(릴레함메르)개막 직전인 199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피겨스케이팅은 하딩-캐리건 양자구도에 떠오르는 샛별 미셸 콴(당시 14세)이 도전하는 삼각 구도를 보이면서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하딩은 트리플 악셀을 미국 선수 처음으로 성공시키는 등 고난도 점프가 주 무기였고, 캐리건은 우아한 연기로 알베르빌 동계올림픽(1992년) 동메달, 세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1992) 은메달 등 승승장구 중이었다.
하지만 여자 피겨스케이팅 미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이틀 앞둔 1월 6일 한 괴한이 디트로이트의 한 연습장에서 캐리건의 허벅지를 둔기로 내리친 것. 이 충격으로 캐리건은 대회 출전을 포기했고, 선발전에서 하딩이 1위를, 콴이 2위를 차지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캐리건의 부상이 심하지 않은 점 ▦콴의 출전권 양보 등으로 캐리건과 하딩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후 캐리건은 2월 진행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하딩은 8위에 그쳤다.
둔기 습격 사건 범인이 하딩의 경호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미국빙상연맹은 하딩에게 영구제명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하딩은 이후에도 전 남편이었던 제프 길룰리와의 성관계 비디오가 인터넷에 유출되는가 하면 사진기자 폭행, 남자친구 폭행 사건에 연루되는 등 여러 차례 미국 사회를 놀라게 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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