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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기고] “물관리 일원화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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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기고] “물관리 일원화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입력
2017.12.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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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이상적 국가가 형성된 시기는 중국 은나라 요순시대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치산치수(治山治水)였다. 백성의 윤택한 삶이 산과 물을 잘 다스리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적극적인 산림 조성으로 치산은 성공적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극심한 수질오염 문제와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의 불균형 등으로 물 관리는 어렵다 못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물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해 양과 질을 통합하는 물 관리 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 정책기조에 따라 국회에서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 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법 개정안이 논의된 바 있다. 이는 지금의 환경부와 국토부로 이원화돼 있는 수질과 수량 관리를 통합해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일원화 하기 위한 긍정적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물 관리 일원화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만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자치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에 분산돼 있는 관련 업무의 통합과 개편 역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오랫동안 정부에서 물 관리 일원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매번 부처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지금까지 여당과 야당,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주장이 서로 엇갈린 상태로 평행선을 달려 왔다.

물 관리 일원화는 물 관리 체계에서 발생하는 관련 사업의 중복성과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수질오염 등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게 핵심이다.

국가 물 관리 컨트롤 타워를 세워 현재 운영하고 있는 수도와 수자원 시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민들이 물을 이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뭄과 홍수, 기후변화, 녹조 등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농어촌과 도서지역을 망라한 전국의 모든 지역에 균형 잡힌 상ㆍ하수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충분한 상수도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 이용률은 61% 에 그치고, 농어촌 면 단위 상수도 보급률이 73%에 불과한 것은 지금까지 물 관리의 중복투자와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물 관리 일원화를 통해 향후 30년간 약 16조원의 경제적 효과와 함께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과 국토교통부의 지방하천정비사업의 중복되는 부분을 통합하면 30년간 3조7,0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를 통합 운영하면 30년간 약 1조원의 수돗물 생산 원가를 절감하고, 물 관리 일원화에 따른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통해 관로 누수가 감소하면 연간 1억6,000만톤의 깨끗한 물이 확보되고, 댐 건설 대체 등 30년간 3조2,000억원의 편익이 생길 것으로 K-water는 예상하고 있다.

물 관리 일원화는 지난 30여년간 학계, 정치권,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논의돼 온 숙원사업이다. 그 동안 물과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해왔고, 이는 과거 행정조직으로는 더 이상 효과적인 관리를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시대에 맞는 관리체계로의 재편이 필요하다. 지난 대선에서 많은 후보들이 물관리 일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최근 전문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는 등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형성돼 있다.

세계적 추세이자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시대의 소명인 물 관리 일원화가 언제까지 부처 간 이기주의나 정치논리에 사로잡혀 멈춰 있을 수는 없다.

물론 물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합리적 물 관리를 위한 골든타임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놓치지 않도록 다가오는 새해에는 폭넓은 이해와 소통, 양보와 협력을 통해 국민을 위한 결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서규태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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