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듬해. 정부는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 및 운용을 위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1년 뒤인 1990년 올림픽 사후 시설 관리를 위해 공단 출자로 탄생한 문체부 산하 기관이 한국체육산업개발㈜이다. 내년이면 서울올림픽개최 30주년이 되지만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조성된 올림픽공원 내 어느 한 곳도 철거하거나 재건축한 경기장은 없다. 스포츠센터 운영과 시설 대관, 주차, 임대, 편익시설 운영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유지ㆍ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자체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이제 100여일 후면 폐막한다. 13개 경기장과 올림픽플라자 등에 대해 강원도는 지자체가 6곳, 민간이 2곳, 대학 3곳, 미정 3곳 등 시설 활용 주체를 지정해두었을 뿐, 구체적인 활용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14일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 사무실에서 만난 오치정(58)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는 “국가대표 훈련장이나 체육 시설 등으로 최대한 활용하더라도 처치 곤란한 몇 군데가 남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령 스켈레톤 경기장 같은 곳은 거대한 규모에 비해 운영비는 만만치 않고 활용도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동계올림픽 사후 시설은 지역적, 계절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겨울철에 치르는 대회로 일부 사용하고 생활체육 시설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빙상장도 단순 빙상장으로만 쓰는 건 낭비다. 몇 가지가 가능한 실내 놀이시설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가 얼마든 협조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예산이다. 공단 기금에서도 대회 운영비까지는 지원하지만 사후 시설 관리는 강원도의 몫”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과 야외 88마당, K아트홀은 최근 유명 가수들의 공연 장소로 각광 받고 있다. 올림픽공원도 처음부터 공연 대관으로 눈을 돌린 건 아니었다. 오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국내 공연장이 부족한 현실에 착안해 시작됐다. 이 곳(우리금융아트홀)도 역도경기장이었는데 대중음악 뮤지컬홀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체육산업개발의 연간 대관 수익은 약 100억원에 육박한다. 지금은 수요가 너무 많아 상ㆍ하반기 공고를 통해 지정할 정도다. 오 대표는 “평창올림픽의 사후 시설 관리는 마케팅 싸움이다. 엘리트 대회를 한다고 해서 엘리트 선수만 육성하면 완전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시설들이 그런 식으로 운영돼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결국 정부나 지자체 부담으로 돌아간다. 새로운 시각에서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단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30여년을 몸 담은 오 대표는 2015년 3월 3년 임기의 이 곳 대표로 부임했다. 공단 내부 대표 발탁은 처음이다. 그만큼 퇴직을 앞둔 정부 관료들의 전유물로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던 곳이었지만 오 대표는 그들처럼 ‘쉬지’ 않았다. 오 대표는 “취임 후 공감소통회의를 신설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데 주력한 뒤 경영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어 회사를 이끌어 왔다”면서 “그 결과 신사업 개발과 수익원 다각화를 통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총 6개(약 60억원)의 외부 시설 사업을 수주하는 결실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은 또 2012년부터 개최해 온 조이올팍페스티벌(올림픽공원축제) 수지 개선에도 성공해 올해 개최 6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지난 9월에는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중 최초로 비정규직 제로화를 달성하는 등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 대표는 “공단은 한국 체육 재정의 90%를 맡고 있는데 수익을 창출(스포츠토토, 경륜ㆍ경정 사업 등)해서 지원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많은 관심으로 수익을 내는 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도 앞장서 이 곳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보훈대상자, 다자녀가정 등을 대상으로 50%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소외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스포츠 강습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오 대표는 “공단에 있을 때는 스포츠토토 기금 조성 사업에 참여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놨고, 이 곳에 와서는 체육시설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한 삶 영위에 기여한 부분, 공연 문화에 기여한 부분에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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