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 감독/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펩은 누구보다 강한 탐구심을 갖는다. 그는 축구 철학자에 가깝다”
일본 축구 작가 시미즈 히데토는 그의 저서 ‘유럽 축구 명장의 전술’에서 펩 과르디올라(46ㆍ스페인) 맨체스터 시티 감독을 축구 전술가가 아닌 철학자에 빗댔다. 그라운드 위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펩은 예술과 패션 분야에 관심이 많다. 축구에서도 그는 “왜 그렇게 되는 걸까”라고 끊임없이 묻는 탐구심으로 자신의 철학을 전술에 덧씌운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성공을 거둔 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도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맨시티는 14일(한국시간) 영국 스완지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완지 시티와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다. 리그 15연승을 달성한 맨시티는 EPL 통산 최다 연승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2001~2003년 두 시즌에 걸쳐 완성한 아스널의 14연승이었다. 올 시즌 무패(16승 1무) 질주 중인 맨시티는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승점 11점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올라있으며 동시에 1880년 창단한 구단 역사상 최장 무패 행진까지 이어가고 있다.
펩은 작년 맨시티 부임 첫 해 개인 첫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2년차를 준비하며 스페인과 독일에서의 경험을 녹여 팀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현재 맨시티는 바르셀로나(스페인) 축구를 기반으로 삼는 데다 EPL에 어울리도록 스피드, 피지컬 면에서 오히려 바르셀로나보다 더 신경을 기울인 스쿼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맨시티 선수들도 펩이 가르쳐주는 내용을 아주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생각하며 쏙쏙 받아들여 펩 축구가 2년 만에 본격 궤도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펩의 맨시티를 ‘바르셀로나의 점유 축구에 독일의 역습 축구를 결합시킨 종합체’라고 평가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케빈 데브라위너/사진=OSEN
역사상 최고의 팀 반열에 오른 현재 맨시티의 중심에는 케빈 데브라위너(26ㆍ벨기에)가 있다. 펩은 공수 조율 능력과 중거리 슈팅이 장점인 데브라위너에게 날개를 달아준 뒤 ‘속도전’에 능한 팀을 이끌게 만들었다. 데브라위너는 현재 EPL 도움 8개로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그의 활약은 리그에만 국한되지 않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이을 거물급 스타로 주목 받고 있다.
펩은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들에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는 완벽주의자로 유명하다. 펩의 지도를 받았던 사미르 나스리(30ㆍ프랑스)에 따르면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성관계를 반드시 자정 전에 하라"고 요구했던 일화도 있다. 심지어 정크푸드 금지, 경기장 내 와이파이 차단, 모든 소통은 영어로 하게끔 하며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하고 하나로 단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애쓴다. 선수들은 펩의 요구에 불만을 갖기보다 그를 잘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FIFA 매거진은 펩의 리더십을 설명하며 “모든 선수들은 그를 아버지처럼 따른다”고 했다.
펩은 바르셀로나 첫 지휘봉을 잡은 2008-2009시즌 프리메라리가, 코파 델 레이, UEFA 챔피언스리그, UEFA 슈퍼컵, 스페인 슈퍼컵, 클럽월드컵 등에서 우승하며 역사상 최초로 6관왕을 달성했다. 2013-2014시즌에는 독일로 무대를 옮겨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19연승을 달렸다. 불과 27경기 만에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 지으며 최소 경기 우승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무려 21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명장 펩이 잉글랜드에서는 몇 개의 트로피를 수확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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