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그저 사랑 받고 싶었을 뿐이다. 사랑에 결핍된 마츠코는 53년이라는 인생 동안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했다. 하지만 마츠코의 사랑은 늘 갈 길을 잃고 타인들로부터 ‘혐오스런 여자’로 손가락질을 받는다. 있는 그대로 아름다웠던 마츠코는 어쩌다 ‘혐오스런 인생’으로 낙인 찍혔을까.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일본 작가 야마다 무네키의 인기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간 마츠코의 일생을 무대로 옮기기 위해 그 동안 국내 공연계에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작품은 순수하고 해맑은 중학교 교사였던 마츠코(박혜나)의 기구한 삶을 무대로 표현했다. 어린 시절 아픈 동생 때문에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마츠코는 누구에게나 사랑을 주는 것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학교에서 늘 겉도는 학생 류 요이치(전성우)를 보호하던 중 도둑으로 몰리는데 주범은 바로 마츠코를 성폭행한 교장이다. 결국 억울한 누명을 쓴 채 학교에서 쫓겨난 마츠코는 마사지걸, 매춘부, 살인자, 죄수, 미용사 등이 되며 순탄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된다.
가장 불행한 건 마츠코는 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착한 성품 탓에 늘 누군가가 손을 내밀지만 결국 모두 다 마츠코를 배신한다. 외톨이 학생에서 마약 밀매를 하는 야쿠자가 돼 돌아온 류 요이치 역시 다르지 않다. 마츠코의 조카 쇼(정욱진)가 극 말미 마츠코를 버린 남자들을 향해 외치는 원망 어린 절규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 작품은 한 여자의 삶이 자신의 의지와 달리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타인의 손가락질과 거짓말, 배신으로 인해 얼룩진 삶을 그려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마츠코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남들을 위해 살았지만 모두에게 외면 받는 마츠코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망을 비난한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한국적인 정서를 추가해 탄생됐다. 극 말미 마츠코의 상상을 통해 이뤄진 아버지와 재회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또 원작과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이해하기 쉽도록 상황들을 보여주는 간략한 자막을 삽입했다.
아쉬운 점은 마츠코의 삶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황을 대사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모든 장면이 표현되다 보니 핵심 장면이나 대사도 자막으로 처리되기도 했다. 캐릭터의 성향을 드러내는 의상들 역시 아쉽다. 특히 마츠코의 죄수복은 ‘빠삐용’을 연상케 할 정도로 코믹하게 느껴진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설정된 것일지 모르나 정작 웃는 관객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아쉬움을 떨칠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독보적이다. 마츠코로 완벽히 감정이입된 연기를 보여주는 박혜나는 폭발적인 성량과 다양한 표정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정성우 역시 류 요이치 특유의 어두운 정서를 마초적인 연기로 풀어내며 여성 관객들을 공략한다.
사진=오픈리뷰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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