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투자자들 몰리면서
지난달 거래규모 56조원 급증
금값은 5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식선 가상화폐 테마주 형성
주가 급등락하며 ‘묻지마 투자’
당국은 “투기세력 주의” 당부
최근 이상 투자 열기를 타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거 쏠리는 시중 자금이 금, 주식 같은 전통의 자산 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값은 연일 하락하고, 가상화폐 관련주에 ‘묻지마 투자’가 몰리자 당국이 주의보를 발령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4% 내린 온스당 1,238.50달러에 장을 마쳐 지난 7월 이후 5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 달 전만 해도 온스당 1,300달러를 넘던 금값은 최근 연일 하락세다. 국내 금값도 13일 1g당 4만3,990원(한국거래소 금 시장 오후 5시 기준ㆍ1돈 16만4,963원)까지 하락했다.
통상 금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 최근 금값 하락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금 투자자들의 눈을 비트코인 투자 쪽으로 돌려 금값을 낮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ACG애널리틱스의 래리 맥도널드 수석 미국 거시전략가는 “그간 채권 가격과 82% 정도 연관성을 보이던 금값이 이번 주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가상화폐의 급성장세를 볼 때 금값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CNBC도 “시장에선 금을 팔고 비트코인을 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금값이 추락하는 동안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날로 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월간 비트코인 거래금액은 지난 1월 3,082억원에서 지난달 56조2,943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이날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과 금 시장은 투자자가 다르고, 비트코인은 금보다 변동성은 크지만 가격대비 유동성은 낮은 등 성격도 다르다”며 “비트코인이 금 수요를 빼앗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가상화폐 관련주가 일종의 테마주를 형성하면서 돈이 몰리고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선 사설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 또는 출자한 기업 주가가 실적과 관계 없이 ‘비트코인 관련주’로 포장돼 20% 이상 급등락 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관련주 종목의 9월1일 주가지수를 100으로 환산해 비교한 결과 이들 기업의 주가는 지난 7일엔 56.7%까지 급등했다가 정부 규제설이 퍼지자 하루 만에 폭락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가상화폐 관련주 투자시 유의사항’이란 자료를 내고, 투자자들의 유의를 당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풍문만으로 관련 주식거래가 급증하면 단타매매 등 투기세력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게시판 등을 통해 사업 관련성 없는 종목을 ‘수혜주’로 포장할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국은 “근거가 없거나 확인되지 않은 풍문을 유포하면 처벌대상”이라고도 덧붙였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