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25)씨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응용 소프트웨어(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3세 이상 이용 가능한 만화 앱을 내려 받고 깜짝 놀랐다. 앱 실행과 동시에 음란성 만화가 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이 앱에선 해외 아마추어 만화가들의 음란 만화들을 한국어 등 15개국 언어로 보여줬다. A씨는 “혹시 성인인증이 있을까 해서 고등학생인 동생의 스마트폰으로 앱을 받아봤지만 어떠한 절차도 없이 음란 만화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청소년들이 앱을 통해 이런 음란물을 함부로 접할까 걱정이다”고 염려했다. 해당 앱은 이미 6만회 이상 내려 받아진 상태였다.
부적절한 불법 만화 앱이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사전 심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지만 관계 당국은 관련 규정의 위헌적 요소와 부족한 인원 및 예산 등을 이유로 실질적인 검열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선정성 앱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구글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다. 이 곳에선 현재 만 3, 7, 12, 17, 18세 이상 등의 5가지 연령 등급으로 나눠 앱을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연령 등급 심사를 사실상 업계 자율에 맡겨지면서 불거지고 있다. 게임 앱의 경우 국내 게임물관리위원회(GRAC)에서 엄격하게 심사해 연령을 부여하지만, 이 외의 앱들은 개발자가 자체적으로 연령 등급을 선택하면 구글이 연령등급심사를 맡긴 국제연령등급연합(IARC)에서 분류를 담당하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GRAC에 비해 IARC의 심사 잣대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이외의 앱들이 성인용으로 유통되는 직접적인 이유다.
관계당국에선 부족한 인력을 이유로 사후 검열 또한 어렵다는 설명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팀 관계자는 “방통위는 ‘표현의 자유’ 등 검열과 관련한 위헌 여지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앱을 심사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다”며 “검열단이 지속적으로 앱을 살펴보고 연령등급이 적합한가를 따지지만 최근 음란 ‘채팅앱’을 포함해 검토해야 할 앱이 쏟아져 나오는데 비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유통 중인 불법 복제 만화 역시 저작권 침해 문제로 눈총을 받고 있다.
불법 만화 유통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달 5만명 서명으로 종료된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폐쇄’ 청원에 참여한 회사원 B(27)씨는 최근 문제의 사이트들이 앱으로도 출시된 것을 확인했다. 저작권자와 협의 없이 무단 복제한 불법 만화 사이트가 앱으로도 출시되면서 구글 광고 수익까지 덤으로 가져가는 셈이다. B씨는 “불법 저작물을 포함한 앱의 공공연한 유통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해당 불법 만화 공유 앱도 1만회 이상 내려 받아진 상태다.
현재 국내 온라인 저작물은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불법으로 판단한 저작물에 한해 방통위가 차단하는 방식으로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별도 인터넷 사이트와 연결되지 않은 앱의 차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구글 플레이스토어처럼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엔 저작권자가 직접 구글 플레이스토어 관리자에 해당 앱을 신고해야 차단을 할 수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관계자는 “구글의 경우, 미국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신고에 대한 안내와 고지를 하고 있지만 조치 여부는 구글의 기준에 따르고 있다”며 “불법복제물을 주로 취급하는 앱을 대상으로 사전 또는 사후 차단할 수 있는 정책이 명확히 세워진다면, 불법 유통을 목적으로 한 앱 등록은 제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영 인턴기자
음란 만화 응용소프트웨어(앱)이 3세 이상 이용 가능한 형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유통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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