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한국 대표팀, 스웨덴과 월드컵 1차전 확정/사진=KFA 제공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한 홍명보(48)호는 베이스캠프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고전의 배경은 긴 이동거리였다. 대한축구협회가 브라질 월드컵 후 발간한 백서에서는 실패한 원인 중 잘못된 베이스캠프를 지적되기도 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은 다수의 선택을 받은 상파울루가 아닌 남부 이구아수에 둥지를 텄다. 그 결과 이동거리만 5,151km에 달했다. 같은 H조였던 벨기에(1,984km)의 2배가 훌쩍 넘어 상대적으로 컨디션 조절을 하기가 힘들었다.
베이스캠프는 거점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기와 경기 사이 며칠간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대표팀은 경기 후 다음 결전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뼈아픈 패착은 4년 뒤인 2018 러시아 월드컵의 교훈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됐다. 신태용(47)호의 베이스캠프가 개최 도시 중 가장 북쪽이고 러시아 영토 서쪽으로 치우친 핀란드와 가까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결정되면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당초 유력 후보지로 저울질하던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700㎞가량 떨어져 있어 차로 9시간, 비행기로는 1시간 20분이 걸린다. 따라서 전체 이동거리가 모스크바의 베이스캠프(왕복 4,718km)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차이(왕복 9,008km)를 보인다. 스웨덴전이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로드까지 거리는 1,140km, 멕시코와 2차전이 열리는 로스토프나노두는 1,824km가 떨어져 있다. 독일과 3차전 장소인 카잔은 1,540km를 가야 한다.
왕복 총 이동거리는 자동차로 약 5시간이 소요되는 서울-부산(편도 400km)과 비교해서 20여배이고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 비해서도 2배기량 많은 거리를 옮겨 다녀야 한다. 브라질의 악몽을 불러왔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이동거리가 또 한 번 무시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베이스캠프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낙점한 데는 상당부분 신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신 감독은 “월드컵은 전세기를 이용하는데 (세 곳 경기장이) 전세기로 2시간 안에 이동하는 거리”라며 “러시아가 워낙 크다. 1시간 30분이든 1시간 50분이든 공중에서 20~30분 정도 더 (비행기를) 타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대한축구협회는 "신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확인했다.
이동거리의 변수만 없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다른 조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게 중론이다.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날씨다. 발트 해에 접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보다 북쪽이지만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보여 평균 기온이 높은 편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은 일평균 16도 안팎을 나타낸다. 먼 이동거리는 날씨가 만회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그나마 브라질과 다른 것은 기후”라며 “브라질처럼 습도가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훈련장 시설과 치안이 좋은 편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릴 스파르타크 훈련장은 새로 지어졌고 지난 10월 신 감독이 직접 현지 답사해 잔디 상태 등을 확인하고 합격점을 내렸다. 모스크바에 비해 교통 혼잡이 적어 30분이면 공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목표인 안방처럼 편안한 환경 조성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협회에 따르면 신태용호가 머물 뉴페테르호텔은 3층짜리 3동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두 동을 선수단 숙소(1인 1실)로 쓸 예정이다. 나머지 한 동은 연회장이 있어 대표팀 치료실이나 미팅 장소로 사용할 수 있다. 대표팀은 내년 5월 말 출정식을 겸한 평가전을 국내에서 치르고 유럽으로 1차 전지훈련을 떠난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월드컵 첫 경기 최소 5일 전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짐을 풀면 된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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