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하·전일호 뜨고 리병철·김정식 안 보여
북한이 11∼12일 평양에서 개최한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는 핵·미사일을 포함한 군사 장비를 개발·생산하는 북한 내 군수 분야의 핵심 간부들이 집결했다.
북한 매체는 12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군수공업대회 소식을 전하며 태종수, 노광철, 장창하, 전일호, 홍승무, 홍영칠 등이 주석단에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11일 열린 첫날 회의에서는 태종수 노동당 부위원장이 그동안의 성과와 경험, 교훈 등을 평가하는 '보고'를 했다.
주석단 참석자 중 가장 먼저 호명되고 군수산업 종사자들을 대표해 가장 먼저 연설했다는 점에서 태종수는 노동당 군수담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종수는 지난 10월 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부장으로 임명되고 당 정치국 위원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북한은 그동안 태종수가 어떤 분야를 담당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군수공업 사령탑으로 추정되는 태종수는 자강도의 군수공장으로 알려진 희천정밀기계공장 지배인을 지냈고,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산업시설이 밀집된 함경남도 당 위원회 책임비서(현재 위원장)를 맡았다.
군수공업대회 주석단의 두 번째로 호명된 노광철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12월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했을 당시 제재대상에 올랐던 인물로, 당시 우리 정부는 그를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소개했다.
북한은 그동안 노광철의 공식 직함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2경제위원장 자격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제2경제'는 북한의 군수경제를 가리키는 용어로, 제2경제위원회는 군수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전역의 군수공장을 통제하는 핵심 기관이다.
노광철은 지난해 5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7기 1차 전원회의에서 제2경제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보인다. 군수경제를 총괄하기 전 그는 인민무력부(현재 인민무력성) 제1부부장을 지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전일호 군 중장(국방과학원 소속 추정)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지난달 29일 이뤄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총지휘한 두 인사는 이번 대회 주석단에서 김정은의 바로 양 옆자리에 앉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대회 영상에서는 장창하와 전일호가 허리를 깊이 숙이고 김정은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들의 약진과 대조적으로 그동안 미사일 개발을 주도해온 노동당 군수공업부의 리병철 제1부부장과 김정식 부부장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리병철·김정식·장창하·전일호는 '북한 미사일 4인방'으로 불렸고, 특히 리병철과 김정식은 장창하와 전일호의 직속상관 격이었다.
이번 대회 주석단에는 핵실험 등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홍승무·홍영칠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도 자리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홍승무는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대장 계급장을 달고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북한 매체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대회 주석단에서는 핵 개발 실무책임자인 리홍섭 핵무기연구소장의 모습도 포착됐다. 앞서 김정은은 9월에 열린 6차 핵실험 관계자를 위한 경축연회와 경축공연에 참석해 리홍섭의 팔짱을 끼거나 손을 꼭 잡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원로' 격인 박도춘과 주규창도 이번 대회에서 주석단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지난 10일 북한 TV가 내보낸 군수산업 종사자들의 김일성·김정일 동상 참배 영상에서도 모습이 확인됐다. 김정은 후계체제가 공식 선포된 2010년 9월 제3차 당 대표자회에서 각각 노동당 군수 담당 비서와 기계공업부(현재 군수공업부) 부장에 올라 핵·미사일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박도춘과 주규창은 2015년 2월과 지난해 5월 각각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 두 사람은 과거 핵·미사일 개발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대회에 원로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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