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페셜'이 MBC 스스로를 비춘다.
오는 14일 밤 11시 10분에 방송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에서는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로 돌아가기 위해 첫걸음을 떼는 MBC의 모습이 그려진다.
7명 해직, 200여 명 비제작부서 발령, 제작 일선에 남은 이들은 무기력해져 갔던 지난 시간. 공영방송 MBC의 신뢰도는 끝도 없이 떨어졌고 시청자는 MBC를 외면했다. 다시 돌아가기 위한 첫 시작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은 MBC 구성원들이 스스로 쓰는 겸허한 반성문이다.
세월호, 고 백남기 농민, 밀양 송전탑, 성주 사드 배치 등 MBC 뉴스는 우리 사회 중요한 현안이 떠오를 때마다 왜곡, 편파 보도를 일삼으며 연이은 보도 참사를 일으켰으며 구체적인 보도지침으로 기사를 검열했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했던 자리에는 정부의 입장만을 그대로 받아쓰는 어용 기사가 줄지었고 그런 가운데 세월호 승객 전원구조 오보, 참사 당일 사망 보험금 브리핑 등 사회적 흉기 수준의 뉴스가 쏟아졌다.다시 국민의 편에 선 뉴스로 돌아가기에 앞서 지난 기사들의 검열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그 속에서 MBC 뉴스를 지켜내지 못했던 심경을 직접 고백한다.
보도 통제는 비단 뉴스만의 일이 아니었다. MBC 가장 날카로운 펜이었던 '피디수첩' 역시 일상적으로 아이템을 검열 당했다. 황우석 논문의 조작을 밝히고 광우병 소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피디수첩'은 서서히 망가져 갔다. 민주주의, 국가, 청와대, 세월호, 4대강 등 정권에 예민한 단어들은 철저히 통제 됐다. 참사 후 3년 만에 세월호를, 기획한 지 1년이 지나서야 4대강을 취재할 수 있었던 '피디수첩' 제작진. 뒤 늦은 보도로 국민 앞에 사죄해야 했던 순간들을 복기하며 뼈아픈 참회의 시간을 가진다.
2012년 파업이 끝나고 방송에서 배제된 후 사회공헌실에서 근무한 손정은 아나운서는 MBC의 몰락이 비단 방송사를 장악한 거대 권력과 부역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MBC를 다시 돌려놓기 위해 우리 안에 오만은 없었는지 돌아보고 개개인이 구체적으로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되짚었다. 손정은 아나운서의 말처럼 'MBC스페셜'이 만난 60여 명의 MBC PD, 기자, 아나운서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작이 우리 모두가 공범자임을 덜 싸우고 더 싸웠음을 떠나 끝까지 싸우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MBC를 말한다' 설문조사에 기꺼이 응해 준 시민 조진희 씨는 언론의 역사를 돌아볼 때 관리해주는 사람이 잘해줬기 때문에 좋은 뉴스가 나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시 출발하는 MBC 구성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을 새겨 달라 부탁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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