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데뷔 15년을 훌쩍 넘기기까지 이런 인기는 처음이다. 지난해 ‘캐리어를 끄는 여자’와 올해 ‘추리의 여왕’으로 인기 담금질을 했던 배우 박병은이 최근 종영한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로 시원한 홈런을 쳤다. 평소엔 말 잘하는 허세남이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엔 결정구가 다 빗나가고 마는 마상구 역할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신선한 재미와 웃음을 안기며 시청자들의 큰 호응과 지지를 얻었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었다.
“현장에서 큰소리 내거나 화내는 일이 없었다. 그런 현장 분위기가 작품에도 반영이 된 것 같다. 친한 사람들끼리 졸업 작품 하는 느낌으로 촬영했다. 잘 마무리 돼서 기쁘다.”
-박준화 PD와 첫 만남이었는데.
“성격도 좋은데 연출도 잘하더라.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들을 가끔 짚어주는데, 그럴 때마다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큰일날 뻔했다’ 하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적재적소에 가이드를 잘 주는 것 같다. 배우에 대한 이해와 친밀도가 매우 높은 연출인 것 같다. 믿을만한 형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연기할 때 편했다.”
-상대역을 맡은 이솜과 호흡은 어땠나.
“사석에서도 그렇고 작품에서도 그렇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다. 이솜이 낯을 가리더라. 그러던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원래 술을 안 마시는 친구가 ‘술을 먹겠다’고 하면서 소주잔을 들더라. 그러더니 내게 리딩을 하면서 궁금하거나 걱정됐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그 때부터 안정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현장에 빨리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호흡을 잘 맞춰줘서 감사하다.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을 많이 얻었다.”
-드라마는 얼마나 봤나.
“무조건 본방사수했다. 원래 내가 출연한 작품을 잘 못 보는 편이다. 혼자 봐도 창피해서 못 보는데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처음으로 본 방송을 봤다. 워낙 즐겁고 좋게 촬영을 해서 연기를 하면서도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 기뻤거든. 스케줄이 바빠지면 예민해지고 드라마 중ㆍ후반을 넘어가면 짜증내는 사람도 여럿 생기는데, 이번 작품에선 그런 일이 없었다. 박 PD가 워낙 연출을 효율적으로 해줘 그 덕도 입은 것 같다.”
-박병은이 생각하는 마상구는 어떤 인물이었나.
“연애의 고수인척하지만 알고 보면 허당인 인물이다. ‘왜 상구는 허당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순진하고 순정적인 면이 있는 것 같더라. 말로는 ‘원나이트’도 좋아한다고 하고, 여자도 잘 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여리고 순수한 면이 많다.”
-낚시에 비유하면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월척인가.
“낚시만큼 설던 작품이다.”
-평소 낚시를 하면 방생을 많이 한다던데 상구와 닮은 면이 많은 것 같다.
“방생은 엄마와 한 약속이다. 낚시를 하면서도 몇 가지 철칙은 지킨다. 대부분 놔준다. 다만 미안하지만 놔주기 전에 사진은 찍는다. 지금 헤어지면 언제 볼지 모르니 사진은 찍어야지. 하하. 물론 누가 드시고 싶다고 하면 가져다 드린다. 가져다 드리되 ‘무조건 맛있게 드시라’고 한다. 비리다면서 버리고 그러면 안 되고 무조건 국물이면 바닥까지 핥아먹어야 한다는 게 철칙이다. 그게 생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잘될 줄 알았나.
“대본을 받아서 어떤 배우가 무슨 역을 하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리딩에 갔다. 캐릭터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맞아떨어지더라. 그 때 이 작품은 큰 사고나 그런 것 없이 스태프하고 배우들이 열심히만 하면 시청자들이 좋아할 요소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딩할 때부터 다들 재미있어 했던 것 같다.”
-극중 상대역인 우수지(이솜)가 비혼주의자였다. 실제 연인이 그렇다면 어떨 것 같나.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설득을 해보겠지만 처음 만날 때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알고 만난 거니까 그 가치관을 지켜줄 것 같다. 물론 너무 잘 맞으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겠지. 그런데 굳이 비혼주의자라고 선언을 한 사람에게 ‘결혼하자, 결혼하자’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결혼 생각은 없나.
“크지 않다. 주위 친구들 결혼해서 잘 살긴 하는데, 그들을 봐도 아직까지는 막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와 상대방뿐만 아니라 가족끼리도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쪽 집안도, 우리 집안도. 어떤 친구들 보면 가족끼리도 친해서 같이 여행을 다니는데, 또 어떤 친구들 보면 양쪽 집안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더라. 결혼하면 남자가 잘해야 하는 것 같다.”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다음 목표가 있다면.
“20~30대 때 연기할 때는 조금 더 예민했던 것 같다. 내가 잘하는 게 우선이어서 주변을 잘 못 봤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하면서 나를 괴롭히지 않고 즐겁게 연기를 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나만 보지 않고 선후배와 스태프들 등 모두를 향해 조금 더 감각을 열어둬야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내게 올 작품들을 어떻게 마주할까 하는 설렘이 있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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