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과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첫번째 직접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래 처음 이 같은 제안이 나온데다 한반도 유사 시 미ㆍ중 양국의 대처 방안에 대한 구상도 드러내 주목된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ㆍ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 연설 후 문답에서 “우리는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기꺼이 첫 만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무기 개발) 프로그램들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이 이처럼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회동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틸러슨 장관은 더불어 처음으로 북한의 급변사태 시 대처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서 대량의 난민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조치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미국 측에 알렸으며, 미국은 유사시 미군이 휴전선을 넘어 북한에 가야만 하더라도 반드시 한국으로 복귀하겠다는 점을 중국 측에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을 포함하는 중국과의 대화가 진행돼왔다고 소개하고 “(북한) 난민의 대량 흐름”을 언급하면서 “중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협이 아주 중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은 이미 준비 행동을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북한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해 중국과 논의했다고 전하고 “그것이 일종의 불안정한 상황을 유발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핵무기들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핵무기 확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북한) 정권 교체나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이며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을 위한 더 좋은 상황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되짚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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