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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직원은 CEO를 "OOO 님"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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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직원은 CEO를 "OOO 님"이라 부른다

입력
2017.12.13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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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모든 호칭 ‘님’으로 통일

임원까지 적용은 LG 계열 중 처음

호칭 간소화 2000년 CJ가 첫선

수평적 소통 위해 꾸준히 확산

내년부터 LG유플러스에서도 신입사원이 임원에게 “상무님” “사장님” 대신 “홍길동 님”이라고 부르게 된다. 지금보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호칭 체계를 손질하기로 한 것인데, 보수적 사풍을 유지하고 있는 LG의 다른 계열사로도 확산할지 눈길이 쏠린다.

12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달 말 임원들과 함께 하는 경영회의에서 “내년부터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우선 부서별로 자율 시행하고, 내년 중 정식 도입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호칭 적용 대상에는 임직원 전체가 포함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EO까지 호칭을 하나로 통일하는 건 LG그룹 계열사 중 처음”이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5월 1일 자로 기존 사원ㆍ대리ㆍ과장ㆍ차장ㆍ부장 5단계로 나뉘었던 직급 및 호칭 체계를 사원ㆍ선임ㆍ책임 3단계로 변경했다. 그러나 바뀐 호칭도 여전히 상하 관계를 드러내 큰 효과가 없다는 게 권 부회장의 생각이다. 다만 새 호칭이 입에 붙을만해 지자 또 바뀌는 것이라, 익숙해지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최근 재계에 수평적 호칭 도입과 직급 간소화 바람이 거세지만 LG유플러스는 특히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호칭을 바꾼 기업 상당수가 임원은 예외로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님 호칭을 도입하면서 팀장, 그룹장 같은 직책 자는 제외했고, 신세계그룹은 2015년 팀장을 제외한 직원들의 호칭을 ‘파트너’로 통일했다.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2006년부터 ‘매니저’ 호칭을 쓰고 있지만, 임원 및 팀장은 직책을 부른다.

LG유플러스처럼 직위에 관계 없이 님 호칭을 쓰는 건 CJ그룹이 효시다. CJ는 2000년 1월 1일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님 호칭 제도를 도입해 올해로 18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 코웨이 티몬 엔씨소프트 등이 동참했다. 카카오의 경우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고, 네이버는 팀 별로 ‘님’이나 ‘프로’ 등 호칭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시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기업들이 점차 호칭을 평등하게 바꾸는 이유는 같다. 직급에 따른 보고 체계를 간소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수평적인 소통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저성장 시대, 정년 연장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점차 피라미드가 아니라 역피라미드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과거와 같이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해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대 변화에 맞춰 기업도 능력이 뛰어나면 누구나 높은 직급을 받을 수 있고, 후배가 선배보다 먼저 승진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승진 단계 축소에 따른 사기 저하를 우려한다. 이런 이유에서 KT는 2010년 사원부터 부장까지 호칭을 모두 ‘매니저’로 통일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나 4년 만인 2014년 폐지했다. 삼성전자가 직책이 있는 임직원의 경우 직책을 부르도록 한 것도 같은 취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과를 인정받아 직책을 맡은 직원은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성과주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며,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공서열 중심의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 있어서 호칭 변화는 시작일 뿐”이라며 “공정한 평가 제도 확립, 사무실 구조 개편 등 다양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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