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의 한 국립대 교직원이 교내 전기를 무단으로 빼돌려 가상화폐 채굴기 운영에 썼다는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 가상화폐 시장의 부작용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채굴은 보통 복잡한 수학 문제를 컴퓨터가 수없이 반복해 푸는 방식이어서 전기세 부담이 크다. 채굴기 수십 대를 동원해 24시간 운영되는 전문 화폐 채굴장의 경우, 한 달에 많게는 수백만 원의 전기세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직원은 이런 요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학교 전기를 끌어다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의혹은 지난 11일 A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A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이 대학 한 빈 강의실에서 가상화폐 채굴기가 학교 전기로 돌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며 불거졌다. 이 게시물엔 채굴기로 보이는 기계 10여대가 줄지어 연결된 사진도 포함됐다. 기계에는 “촉수엄금, 절대 손대지 마세요”란 경고문이 부착됐다. 현재 이 글과 사진은 삭제된 상태다.
부정적인 목소리도 쏟아졌다. 이 학교의 한 재학생은 익명 커뮤니티에 “연구원도 아닌 일반 교직원이 채굴 프로그램을 연구한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 교직원을 비판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목적에 맞지 않는 학교 시설물을 대여해 생긴 피해액을 꼭 배상하시고, 적절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 교직원도 문제의 글이 올라왔던 커뮤니티에 12일 직접 글을 올리면서 반박에 나섰다. 이 교직원은 “사진 속 채굴기 기계는 약 3개월 전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채굴 프로그램 연구용으로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채굴기가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인터넷주소(IP)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채굴에 사용되지 않았다”며 “이는 학교 정보전산원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연구원도 아닌 교직원 신분에서 채굴 프로그램을 연구했다는 해명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조만간 진상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며 “지금은 따로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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