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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언니 선행 본받아” 성옥심 할머니 5억 통큰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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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언니 선행 본받아” 성옥심 할머니 5억 통큰 기부

입력
2017.12.12 15:5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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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김밥 할머니’와

시장서 각별한 인연 쌓아

“학생 공부 돕고 언니 추모도”

충남대에 발전기금 기탁

성옥심(오른쪽) 할머니가 12일 충남대 총장실에서 오덕성 총장에게 5억원의 발전기금 약정서를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대 제공
성옥심(오른쪽) 할머니가 12일 충남대 총장실에서 오덕성 총장에게 5억원의 발전기금 약정서를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대 제공

“나도 복순 언니처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왔는데 이제야 실천하네요.”

12일 대전 유성구 궁동 충남대 총장실.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오덕성 총장에게 5억원의 발전기금 약정서를 전달했다. 주인공은 성옥심(89) 할머니. 성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오 총장에게 4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1억원을 대학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

이날 성 할머니의 기부는 1990년 전국을 놀라게 했던 ‘김밥 할머니’ 고 이복순(법명 정심화) 여사와의 각별한 인연이 계기로 작용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성 할머니는 대전 중앙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며 이 여사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서로 다른 가게를 운영하고 20살 가까운 나이차가 있었지만 성 할머니는 ‘언니’라고 부르며 이 여사를 따랐다. 이 여사도 성 할머니를 동생처럼 각별히 챙겼다.

그러던 중 이 여사가 현금 1억원과 5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하며 ‘김밥 할머니의 통큰 기부’로 전국을 놀라게 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액을 선뜻 기부하는 이 여사의 모습을 지켜본 성 할머니는 “역시 대단한 복순 언니야. 나도 언젠가 언니처럼 좋은 일에 기부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렇게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던 기부는 25년만에 이뤄졌다. 성 할머니는 2015년 12월 ‘언니’가 했던 것처럼 충남대에 자신이 살고 있던 4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기부했다. 학교측은 당시 발전기금 전달 행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했으나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 사양했다.

올 8월 27일 충남대에서 열린 이복순 여사 추모문화제 행사를 보고는 현금 1억원 기부 약속도 했다. 고인이 된 기부자를 위해 25년째 추모제를 열며 기억해주는 대학의 정성을 보고 다시 한번 마음이 움직였다.

성 할머니는 “기부는 남몰래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매년 복순 언니를 추모하고 그 마음을 기리는 것을 보면서 이번에 기부와 공개를 결심하게 됐다”며 “이제는 언니에게도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대는 성 할머니의 ‘조용한 기부’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번 약정서 전달 행사를 기획했다. 기부금은 할머니의 이름을 딴 ‘성옥심 장학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오 총장은 “성 할머니의 뜻에 따라 기부금은 학생들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토록 할 것”이라며 “정심화 여사와 마찬가지로 성 할머니의 기부 정신이 널리 알려지고 기억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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