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톰프슨(22ㆍ미국)의 발목을 잡은 ‘시청자 제보 벌타 사건’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 골프 규칙을 제정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새로운 골프 규칙을 발표했다. 2018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개정안은 ▦시청자의 경기 개입 금지 ▦라운드 마친 후 벌타 소급적용 금지 ▦스코어카드 접수 후 벌타 소급 적용 금지 등을 골자로 한다. 일반 시청자는 제보전화나 이메일로 경기 결과에 개입할 수 없고, 선수 자신이 몰랐던 규칙 때문에 스코어카드를 잘못 적어도 이에 대한 추가적인 벌타를 주지 않게 됐다. USGA와 R&A는 대신 한 명 이상의 경기요원을 모니터 요원으로 배치, 규정 위반 발생 여부를 대회 중계 화면을 통해 확인토록 했다.
이번 개정은 톰프슨이 지난 4월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시청자의 제보로 4벌타를 받아 우승을 놓친 데서 비롯됐다. 그는 대회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가 최종 4라운드에서 4벌 타 날벼락을 맞았다. 전날 3라운드 17번홀(파3)에서 파 퍼트를 앞두고 공을 주워 마크하고 다시 공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2.5cm정도 홀 쪽으로 가깝게 붙였다는 시청자 제보가 들어왔고 이를 토대로 2벌타를 받았다. 여기에 스코어 카드를 잘못 작성해 제출한 이유로 2벌타가 추가로 소급됐다. 졸지에 4벌타를 떠안은 톰프슨은 2타 차 단독 선두에서 공동 5위 자리로 추락했다. 우승은 유소연(27ㆍ메디힐)에게 돌아갔고 톰프슨은 눈물을 쏟아냈다.
시청자 제보 벌타 논란은 곧바로 골프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경기 직후 타이거 우즈(42ㆍ미국)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시청자가 경기위원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꼬집었고 필 미켈슨(47ㆍ미국) 역시 “우승 트로피는 톰프슨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USGA의 규정 관련 디렉터를 맡은 토머스 페이절은 같은 날 미국 골프닷컴과 인터뷰에서 “이번 규정 개정이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당신들이 본 것은 우리도 본 것’이라는 점”이라며 “팬으로서 선수들의 경기를 즐기고, 규정 적용은 대회장 안에서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당사자 톰프슨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개정된 규칙 발표 직후 자신의 SNS에 “이번 USGA와 R&A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 나 같은 경우를 겪는 선수가 나오지 않게 돼 다행”이라고 적었다.
박진만 기자 bpbd@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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