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만 92건에 5억원 피해
방통위·금감원 예방문자 발송
학부모 A씨는 자녀 이름을 대면서 납치했다는 협박 전화를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협박범은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을 잠깐 데리고 있다"고 말했고, A씨가 "일단은 잠깐 전화를 끊겠다. 다시 전화 드리겠다"고 하자 "○○ 죽는 줄 알고 끊어라. 신고하려고 그러냐"고 윽박질렀다.
협박범들은 대부분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퍼부으면서 피해자 자녀를 당장에라도 살해할 것처럼 심리적으로 몰아붙여 돈을 요구했다. 부모를 납치했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님은 몇년 전 돌아가셨는데 무슨 소리냐"고 해 들통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가족을 납치했다고 속여 돈을 뜯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은 한때 널리 쓰이던 수법이다. 근래는 금융회사를 사칭한 '대출 빙자형'이 주로 쓰이지만, 최근 '납치 빙자형'이 급증세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납치 빙자형 보이스피싱은 올해 9월 37건에 피해금 1억8,300만원에서 11월 92건에 5억200만원으로 증가했다. 금감원은 "납치빙자형은 그 수법이 악질적이고 피해규모도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모가 맞벌이하면서 자녀가 낮에 보호자 없이 지내거나, 홀로 지내는 노인이 늘면서 이런 상황과 불안감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금감원은 방송통신위원회 협조를 얻어 오는 13일부터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문자메시지'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국민에게 보낸다. 금감원은 "자녀나 부모의 현재 상황을 신속히 확인해 줄 수 있는 연락처를 미리 확보해두는 게 좋다"며 "당황한 나머지 사기범에게 돈을 보냈더라도 신속하게 경찰서나 해당 금융기관에 지급정지를 신청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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