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희정당에 걸렸던 조선의 마지막 궁중장식화 2점이 97년 만에 일반에 최초로 공개된다. 궁중장식화로는 잘 그리지 않았던 금강산 실경을 주제로 한 데다 그 크기가 압도적인 작품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해강 김규진(1868∼1933)의 1920년 작품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를 선보이는 특별전 ‘창경궁 희정당 벽화’를 13일 개막한다.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작품은 큰 화면에 진채를 사용해 금강산의 절경을 웅장하게 표현한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총석정절경도’는 관동팔경 중 하나인 강원 통천군의 누정 총석정을 그렸다. ‘금강산만물초승경도’는 화강암 봉우리가 모여 있는 강원 고성군의 ‘만물초’를 표현했다.
두 그림은 가로 883㎝ 세로 196㎝에 달한다. 비단에 그린 뒤 종이에 배접한 부벽화 형식이다. 창호나 병풍에 주로 그렸던 기존 궁중장식화와는 달리 비단 7폭을 이은 거대한 규모다.
두 작품은 일반의 출입이 통제된 창덕궁 내전인 희정당의 동쪽과 서쪽에 걸려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며 훼손돼, 2015년 8월 분리해 지난해 12월 보존처리를 마쳤다. 벽화가 걸려 있던 자리에는 모사도를 제작해 걸었고, 보존처리를 마친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하다 이번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 ‘창덕궁 희정당’에서는 벽화가 있던 건물인 희정당을 조명한다. 보물 제815호인 희정당은 본래 국왕이 국정을 펼치던 편전이었으나, 1907년 순종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집무실로 사용됐다. 1917년 화재가 발생해 1920년 재건된 뒤에는 내전으로 용도가 변경됐고 내부는 서양식으로 꾸며졌다.
희정당 벽화는 2부에 전시된다. 희정당 벽화 2점과 함께 김규진이 금강산을 답사한 뒤 그린 초본인 ‘해금강총석도’도 1974년 이후 처음으로 실물이 일반에 공개된다.
3부의 주제는 작가 김규진과 금강산 사이의 인연이다. 표훈사와 신계사에서 의뢰를 받아 큰 글씨를 암벽에 새기기 위해 금강산을 여러 차례 여행했다. 금강산에서 전람회를 열었고, 금강산 그림과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 이때 여행기를 엮어 펴낸 단행본 ‘금강유람가’도 13~19일 일주일간 공개된다. 창덕궁 희정당 벽화 특별전은 내년 3월 4일까지 이어진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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