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 대책 필요” 건의 직후 ‘혼외자 사건’ 터져
“다 흩어 놓아야 한다”며 특수통 ‘물갈이’도 건의
'댓글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국가정보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문건을 만들어 직접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 전 총장은 이후 갑작스러운 혼외자 의혹에 휩싸여 불명예 사퇴한 바 있다.
12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등에 따르면 남재준 원장이 이끌던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이 '댓글 사건'에 연루돼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기소된 직후인 2013년 7월 박 전 대통령에게 채 당시 총장의 조직 운영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올렸다.
이 보고서에서 국정원은 "채동욱 총장이 공안통을 배제하고 특수통 검사들만 중용하면서 특수통 검사들의 '소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해 검찰 내부에서 불만이 증폭돼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채동욱 총장의 검찰 조직 운영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자체의 자정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외부의 힘에 의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국정원은 검사 인사권자인 박 전 대통령에게 순환보직 원칙을 활용해 특수통 검사들을 흩어놓아야 하며 이를 위해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당시 장관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였다.
국정원은 2013년 검찰의 '댓글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팀의 '편파성'을 지적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유관기관에 인사권을 활용한 수사팀 와해를 건의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당시 국정원은 보고서에서 수사팀이 통제 불가능한 특수통 위주로 꾸려져 인적 구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상당수를 교체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일련의 보고서에서 일부 핵심 수사팀 검사의 출신 지역이 호남이라는 점도 부각해 보고한 것으로 새로 확인됐다. 일부 검사의 출신지가 실제와 달리 호남으로 잘못 기재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를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진상을 은폐하려던 국정원이 2013년 수사팀 와해를 위해 총장과 수사팀을 흔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맥락을 전날 '사법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한 남재준 전 원장의 공소장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원장은 '댓글 수사'에 대응하는 '현안 TF' 구성을 지시하며 "정권의 명운과 국정원의 존폐가 걸려 있으니 문제 행위는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원 전 원장 등이 반드시 무죄를 받도록 대응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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