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대항할 자기방어책 구상
회의 중에도 TV 헤드라인 살펴
역대 어느 대통령에게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즉흥적이고 때로는 도발적이기까지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상은 어떨까.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참모와 지인 등 60명을 인터뷰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상을 재구성했다. ‘자기방어를 위한 매 시간의 전투’라고 명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하루는 오전 5시 30분 시작된다. 그가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은 CNN, 폭스뉴스, MSNBC 방송 등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숨을 고르면서 그날 전달할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구상하는 시간이다. 트위터광답게 트럼프 대통령은 TV시청으로 원기를 회복한 뒤 아이폰을 끌어당겨 본격적으로 트위터를 시작한다. 때로 침대에 누운 채 베개를 깔고 혹은 TV를 보면서 트윗을 쓴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신문은 취임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매 순간 싸워왔으며 트위터는 그에게 아서왕의 ‘엑스칼리버’와 같은 도구라고 비유했다. 대통령과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낸 공화당 중진 린제이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진보진영과 미디어들이 자신을 파괴하려 한다는 강력한 믿음이 있으며 그가 백악관에서 하는 일은 그들에게 반격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대북 강경론자인 그레이엄 의원은 주말인 10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겼다.
TV시청은 그에게 ‘실탄’이 되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리모트 컨트롤은 대통령 이외에 손댈 수 없는 것이 묵계이며 회의 때도 항상 60인치 TV를 켜놓고 있다. 무음으로 돌려 놓고 회의를 하면서, 대통령은 TV의 헤드라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TV 시청 등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아시아 순방 도중 기자들에게 “사람들은 내가 TV를 장시간 시청한다고 말하고 싶은가 본데, 그 사람들은 나를 잘 모른다. 나는 서류를 많이 읽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하루 4시간, 어떤 날은 8시간을 TV 앞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신문은 대통령이 논란이 되는 트윗을 올렸을 때 참모들이 ‘심기경호’를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묘사했다. 즉흥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는 존 켈리 비서실장이다. 그는 전임자(라인스 프리버스)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방문객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켈리 역시 주변에 “능력이 닿는 한 대통령의 시간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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