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관련 이견을 부각시키는가 하면 우리 정부가 저자세 외교를 펴는 듯한 억지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한중관계 복원보다 한국 길들이기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1일 자국 전문가들을 인용한 논평기사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마치 사드 관련 양국 합의의 후속조치인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롼쭝저(阮宗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상무부소장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단계적 처리에만 합의한 정도임에도 정상회담이 열리는 건 중국이 전체적인 국면에 착안해 상황을 유연하게 처리하기로 결단을 했기 때문”이라며 “양국관계의 미래는 한국이 관련 약속을 확실히 준수하는 데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양시위(楊希雨) 연구원도 “이번 중한 정상회담은 한국이 사드 문제 관련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추가배치ㆍ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ㆍ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등 3가지가 없을 것이라는 우리 정부를 최대한 압박해 이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취지다.
역내 최대 현안인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주장을 펼쳤다. 환구시보는 한중 정상회담 전망 기사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하며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북중관계 훼손을 감내하고 할 만큼 해온 중국에게 유엔의 범위를 뛰어넘는 조치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대북 원유공급 축소 문제를 포함한 대북제재 공조 강화에 대해선 미리부터 선을 그은 채 형식적으로만 전략적 소통 강화를 주장한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선 사드 관련 주장을 지속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정상회담의 위상을 사드 아래에 두는 듯한 태도를 보이거나 일방적으로 사드 문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양국관계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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