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독일 프로축구를 정복한 호셉 과르디올라(46ㆍ스페인)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접수할 기세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11일(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맨체스터 더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지난 8월 26일 본머스전(2-1 승) 이후 14연승으로 EPL 단일 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이다. 종전에는 아스날과 첼시가 2001~02시즌과 2016~17시즌 각각 기록한 13연승이 최고였다.
맨시티는 올 시즌 16경기 무패(15승1무ㆍ승점 46)로 2위 맨유(승점 35)와 승점 차를 11로 벌렸다. 반면 조제 무리뉴(54) 감독이 지휘하는 맨유는 홈경기 무패 행진을 ‘40’에서 마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절 리오넬 메시(30)를 앞세워 전성시대를 이끈 지도자다. 탁구 치듯 짧고 빠른 패스플레이를 뜻하는 ‘티키타카’를 세계 축구의 흐름으로 만들었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2008년 3관왕, 이듬해 6관왕으로 이끌었다. 2013년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자리를 옮겨 정규리그 3연패를 달성한 뒤 지난 해 여름 맨시티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재벌 세이크 만수르가 인수한 맨시티는 막강한 ‘오일머니’를 무기로 스타를 영입하며 2012년과 2014년 EPL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늘 우승 고비에서 무너졌다. 이 한을 풀기 위해 1,500만 파운드(219억 원)를 주고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에는 맨시티가 무관에 그치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르디올라의 패스 축구가 힘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EPL과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과 현실을 절묘하게 배합했다. 맨시티는 EPL에서 유일하게 볼 점유율이 60%가 넘을 정도로 패스를 중시한다. 하지만 강력한 압박에 이은 번개 같은 역습도 즐겨 쓴다.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 앨런 시어러(47)는 “맨시티는 11명이 아닌 14명이 뛰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한편, 이날 맨체스터 더비 후 양 팀 선수단이 집단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을 종합하면 무리뉴 맨유 감독은 라커룸 문을 열어놓고 요란하게 승리를 자축하는 원정 팀 맨시티의 라커룸으로 찾아가 진 팀을 배려해 음악 소리를 낮춰달라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브라질 출신의 맨시티 골키퍼 이데르송(24)과 포르투갈어로 거친 언쟁을 주고받았다. 이어 로멜루 루카쿠(24) 등 맨유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순식간에 집단 난투극으로 번졌다. 데일리메일은 “무리뉴 감독이 맨시티 선수들에게 우유와 물세례를 받고 빈 플라스틱병에 머리를 맞았다”고 전한 반면 가디언은 “무리뉴 감독은 난투극 도중에 빠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텔레비전 인터뷰 때도 옷이 젖지는 않았다”며 상반된 보도를 내놨다.
영국 언론들은 이날의 충돌을 ‘피자게이트’ 또는 ‘뷔페 전쟁’으로 불린 지난 2004년 10월 맨유-아스날 경기 후 터진 사건에 비유했다.
당시 패한 아스날 세스크 파브레가스(30ㆍ현 첼시)가 알렉스 퍼거슨(76) 맨유 감독에게 피자 조각을 던졌다. 파브레가스는 그 동안 줄곧 혐의를 부인하다가 최근에야 실수였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 보면 ‘뷔페 전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표현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