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5세가 된 서로 세츠코는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직후 무너진 건물 속에서 구조됐다. 13살이던 그는 잔해 속에서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당시 그의 옆에서 산채로 불타 죽은 친구들의 모습을 지금까지 잊지 못했다. 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 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을 대표해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된 노벨상 시상식장에 선 그는 연설을 통해 72년 전 그날을 회상했다.
핵무기가 인류에 어떤 비극을 가져올 수 있는지 이야기하던 그는 “아직 그날의 아침을 기억한다”라며 “오전 8시15분, 창문으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푸른빛이 도는 흰색 섬광을 봤고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로는 “어둠 속에서 의식을 찾았을 때 무너진 건물 아래 갇혀 꼼짝할 수 없었고, 같은 반 친구들의 희미한 울음을 들었다”라며 “구조를 받아 밖으로 기어 나왔을 때 친구 대부분이 산채로 불에 타 죽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살과 피부가 뼈에 매달려 있거나 자신의 안구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 창자가 밖으로 드러난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망한 네 살배기 조카를 언급하면서 “매 순간, 핵무기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위태롭게 한다. 이러한 광기를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단에 오른 베아트리스 핀 ICAN 사무총장은 미국과 북한의 긴장고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세계가 자존심 상처에서 비롯된 핵위기에 직면했다”라며 “수백만의 죽음이 사소한 짜증 한 번으로 촉발될 지경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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