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인권센터 연구팀
피해자 26명 자료 발굴
한국인 여성 26명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 함대의 주요 기지였던 ‘트럭섬(Chuuk Islands)’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었다는 사실이 문서를 통해 공식 확인됐다. 그간 ‘증언’만 있던 트럭섬의 일본군 위안부 존재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트럭섬으로 끌려갔던 조선인 위안부 26명의 명부와 사진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트럭섬의 정확한 명칭은 ‘축(Chuuk)’이다. 축 제도는 태평양 남서쪽에 위치한 섬으로, 미크로네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4개 주 가운데 하나다. 일본식 발음인 ‘토라크’를 접한 한국인들은 이곳을 ‘트럭’이라고 불러 왔다.
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트럭섬의 조선인 위안부 존재를 증명하는 근거 자료로 ▦미군이 작성한 전투 일지 ▦위안부 26명의 탑승 기록이 있는 승선 명부 ▦귀환 당시 사진 ▦뉴욕타임즈(NYT)의 신문 기사를 발굴해 분석했다.
특히 일본 패전 후 1946년 1월 17일 트럭섬에서 귀환자들을 싣고 일본으로 돌아온 호위함 ‘이키노’의 승선 명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따르면 조선인 249명이 이 배에 탔는데 여성과 아이는 각각 26명과 3명으로 총 29명이었다. 이 명단에는 이들의 이름, 직업, 조직, 주소가 나타나 있다. 이름은 대부분 창씨명이고, 여성의 경우 직업이 모두 ‘노동자(Labourer)’로 돼 있다. 하지만 NYT 기사에서 트럭섬의 조선인 27명(아이 3명 중 1명을 위안부로 분류한 것으로 보임)을 ‘위안부(Comfort girls)’라고 기술한 것이나 당시 사진 등 다른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서 이 여성들이 모두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승선 명부에 이름이 올라와 있던 ‘히토가와 후쿠준’이 지금까지 유일하게 트럭섬에서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던 고 이복순 할머니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우선 연합군이 찍은 트럭섬 위안부들의 사진을 보고, 생전 할머니와 가깝게 지냈던 이인순 대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관장과 할머니의 아들이 사진 속 인물이 이복순 할머니임을 확인했다. 또 승선 명부에 적힌 히토가와 후쿠준이 할머니의 창씨명이 맞고, ‘한국 경상북도 대구부 내당동 871’이라는 주소지가 할머니의 예전 주소와 같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와 별개로 연구팀은 위안부 피해자로 정부에 등록하기 전에 숨진 고 하복향 할머니의 피해 사실도 증명해 냈다. 연구팀은 필리핀으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의 포로 심문카드 33개를 확보해 사진, 생일, 주소지, 지문을 토대로 하복향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2001년 숨을 거둔지 16년 만으로, 본인의 증언이 아닌 사료를 통해 피해 사실을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엄규숙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영화 ‘아이캔스피크’처럼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꾸준한 자료 조사, 발굴, 분석을 통해 역사를 증명할 수 있는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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