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부터 자리 비워
상임위 대부분 일정조차 못 잡아
“내년 3월부터 지방선거 모드인데
법안들 뒷전으로 밀려날 것” 우려
국회가 11일 올해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첫날부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외국 출장과 지역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는 이유로 여의도를 비운 탓이다. 12월 임시국회 첫날이지만 국방위 법안심사소위를 제외하고 나머지 상임위는 아예 일정조차 잡지 못해 임시국회의 정상가동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당장 여야 대표부터 자리를 비웠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6박 8일 일정으로, 여야 의원 6명을 대동하고 러시아로 출국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3일부터 15일까지 김광림, 김석기, 박성중, 강효상 의원 등과 함께 일본 도쿄를 방문한다.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 58명은 이미 전날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에 머물고 있다.
의원들의 외유 일정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7명은 13일부터 16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4차 산업혁명 추진 현황을 파악하겠다며 중국의 상하이, 선전과 홍콩을 방문한다. 정무위원회 역시 이번 주말부터 3박 4일 간 외국 금융기관 실태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조를 나눠 일본 도쿄와 베트남 호치민, 홍콩과 싱가포르를 둘러 보고 온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역시 연말 연초 별도의 출장을 기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지도부는 물론 외유에 나서는 의원들은 “미리 잡혀 있던 의원외교 차원”이라거나, “상임위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일정”이라며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 상임위별로 못 다 쓴 예산을 불용처리 하지 않기 위해 만든 ‘외유성’ 출장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더욱이 12월 임시국회가 부실하게 운영되면 주요 입법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 원내 핵심 의원은 “12월을 허투루 넘기면 1월은 건너 뛰고 2월부터 국회를 소집할 텐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3월부터는 개헌이나 지방선거 모드로 넘어가면서 법안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뒤늦게 일정을 취소하는 의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당초 국방위원회는 13일부터 20일까지 미국 태평양사령부 핵심기지가 위치한 하와이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일부는 법안 처리를 위해 일정을 취소했다. 민주당 소속 이철희 국방위 간사는 “5•18 특별법 등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산적해 여당 의원 3명은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현지호 인턴기자(성균관대 경영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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