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오리 주산지인 전남 영암군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더구나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이 새끼 오리를 부화시켜 다른 곳에 분양하는 종오리 농가여서 광범위한 확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전북 영암군 신북면의 한 종오리 농가(1만2,000마리 규모)에서 AI 의심 증상이 신고돼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난달 전북 고창군 오리 농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이 확진되기 전인 11일 0시부터 대전, 광주, 세종, 충남, 전남, 전북 6개 지역에 대해 축산관련 종사자와 차량의 이동을 금지하는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발동하고, 발생 농가 반경 3㎞ 내 오리 농가 5곳 7만6,000마리를 살처분했다.
당국이 선제적 조치를 취했지만 영암군 발생 농가 외 다른 지역 농가에서 추가 발생이 이어질 수도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이후 해당 농가와 역학(전염 가능성) 관계가 확인된 농가는 총 40곳이다. 우선 새끼 오리를 분양 받은 곳이 전남 나주시 1곳(2만마리), 영암군 9곳(16만5,000마리) 등 10곳이다. 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를 분석한 결과, 발생 농가를 거쳐간 축산 차량이 이후 총 30곳의 농가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양할 새끼 오리나 사료를 싣고 이동하며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6월에도 군산 오골계 농장에서 발생한 AI가 중간 유통상 등 ‘2차 감염 경로’를 거쳐 부산, 제주까지 퍼진 바 있다.
더구나 전남은 국내에서 오리 사육 규모가 가장 큰 곳이어서 AI가 확산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지난 3분기 기준 전국 698만6,000마리 중 전남에서만 362만1,000마리(51.8%)가 사육되고 있다. 그러나 전남 지역 오리 농가 총 235곳 중 겨울철 사육을 중단하는 오리 휴지기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52곳뿐이다. 지난 겨울 AI 피해로 고기용 육용 오리 사육 규모가 3분기 기준 621만9,000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감소한 상태인 만큼 AI가 번질 경우 오리고기 가격 상승 압박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곳은 총 5곳으로 늘었다. 지난달 19일 올 겨울 들어 가장 먼저 전북 고창군 오리 농가에서 발생했고, 이어 전남 순천만과 제주 구좌읍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H5N6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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