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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한 미 대사에 대북 매파 빅터 차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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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한 미 대사에 대북 매파 빅터 차 내정

입력
2017.12.11 09: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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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연합뉴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를 주한국 대사에 내정하고 우리 정부에 임명동의(아그레망)를 요청한 것으로 10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미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그는 북핵 해법으로 경제적 지원 등의 유화책 보다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서만 북한의 셈법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매파다. 그는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을 주장하는 등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어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 경우 냉기류가 조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지난 8월 조지타운대 교수인 차 석좌를 주한 대사에 사실상 내정했으며, 최근 장기간의 검증 절차를 마치고 한국 정부에 차 석좌의 아그레망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워싱턴 소식통들이 전했다.

주한 미국 대사 자리가 그간 11개월째 공백 상태여서 임명동의 절차는 최대한 빨리 진행될 전망이다. 차 석좌는 임명동의 절차를 마치고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준 청문회를 거쳐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 공식 부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 석좌가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면 성 김 전 대사 이후 두번째 한국계 미국 대사로 기록된다.

차 석좌는 2000년대초 학계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매파적 관여정책(hawkish engagement)’이란 새 용어를 제시해 북한과 협상을 하더라도 당근 보다는 채찍을 통해 궁지에 몰아넣어야 북한의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같은 입장이 당시 북한에 강경했던 조지 W. 부시 정부에 받아들여져 2004년 12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으로 백악관에 입성했고, 북핵 6자 회담의 미국 측 부대표로도 활동했다.

그가 2002년 제시한 매파적 관여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인 ‘최대한의 압박’과 맥이 같아 주한 미 대사로 부임하면, 북한과의 협상 타진 보다는 대북 압박 강화를 위한 한미간 동맹에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또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3각 안보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최대한의 대북 압박에 미국과 뜻을 같이 하면서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대북 협상 재개 시점을 찾고 있고, 중국과도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어 매파 성향의 주미 대사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는 올해 4월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차기 한국 정부는 현시점에서 대북 관여 또는 햇볕정책을 재개하는 이념적 방종을 부릴 여유가 없다”면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과 관련해서도”한국이 대중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시점이나 우리 정부의 대중 정책을 두고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는 것이다. 다만 차 석좌가 합리적 성향이고 한국 내에도 많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원칙적인 학문적 입장과 달리, 주미 대사로서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1959년 미국 이민자 자녀로 태어난 그는 컬럼비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ㆍ정치ㆍ경제학 석사,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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