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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LG, 베일에 가려진 ‘왕 실장’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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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LG, 베일에 가려진 ‘왕 실장’의 굴레

입력
2017.1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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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옥’ 임원 선임이 초래한 불통 프런트

진혁(맨 왼쪽) LG 트윈스 경영기획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진혁(맨 왼쪽) LG 트윈스 경영기획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야구팬들 사이에서 요즘 ‘겨울야구’는 LG 혼자 다 하고 있다는 조롱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정성훈의 방출과 베테랑들의 구조조정, 그들을 헌신짝 취급하는 결별 과정에 분노한 LG 팬들은 2002년 김성근 감독 해임 당시 이후 15년 만에 뛰쳐 나왔다.

LG는 프런트 인적 쇄신과 개편을 단행했는데 김동수 스카우트 팀장을 비롯해 노석기 육성팀장, 황현철 전력분석팀장이 각각 자리를 옮겨 임명됐다. 지난 8월 구장운영본부에서 구단으로 복귀한 정택기 운영팀장까지 비교적 ‘젊은’ 팀장들로 채워졌다. ‘세대교체’로 선순환을 이루고 업무 공조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양상문 단장부터 팀장까지 대부분 초보들로 짜여진 라인업의 업무 공백은 예상보다 컸다. 자유계약선수(FA)이던 황재균(kt)과 손아섭(롯데)을 잡아도 좋다는 구본준 LG 구단주의 오더가 떨어졌지만 모두 놓쳤고 그들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지는 김현수, 4년 공백의 레다메스 리즈에게는 필요 이상의 공개적인 구애를 해 협상의 기술도, 실무 감각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연봉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협상을 주도해야 할 단장과 운영팀장이 문외한이다 보니 기존 김경근 운영팀 차장에 최진영 대리가 가세했는데 선수들에게 얼마나 신뢰감을 줄지 미지수다.

LG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이 모든 잡음의 원흉으로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LG는 백순길 전 단장의 후임으로 송구홍 단장을 임명했다. 최근 트렌드가 된 야구인 출신의 단장으로 전문성과 선수단 소통의 적임자로 내세웠지만 LG 수뇌부의 구조를 들여다 보면 송 전 단장에게 주어진 건 허울뿐인 완장이었다. 같은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경영기획실장을 맡은 진혁(46) 상무가 사실상 야구단의 총책임자다. 신문범 LG 사장은 구단 내 최고 결재권자일뿐이다. LG는 선수 운영 부문과 경영 일반 부문을 이원화하여 구단 운영의 전문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인사권과 경영권을 독점하고 있는 진혁 실장 체제에서 송 전 단장의 권한과 역할은 운영팀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장과 단장 외에 임원을 두고 있는 구단은 모기업이 없는 넥센을 제외하면 LG 외에 두산이 있는데 두산의 경우 야구단의 수장인 김태룡 단장이 전무로 김정수 상무와 소통 방식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LG는 ‘비야구인 실장’이 임원이 되면서 실권을 장악하다 보니 현장과 밀접한 운영과 홍보는 입지가 좁아진 반면 마케팅과 경영 조직은 방만해졌다. LG는 올 시즌 고객커뮤니케이션 TF팀을 신설했는데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팬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유니폼 디자인 변경 외에 뚜렷한 성과물 없이 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마케팅 직원에게 맡겨야 야 할 업무를 홍보팀장과 팀원을 차출해 시즌 내내 발을 묶어뒀고, 송 전 단장의 후임 운영팀장은 뽑지 않았다. 매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운영과 홍보의 인력 난을 방치한 채 TF팀과 경영 인력은 충원해 직원들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는 일들을 벌여 ‘치적 쌓기에 급급한 전시 행정이 아니냐’는 불만이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정작 진혁 실장의 관할인 마케팅팀은 2013년 신현철 팀장 부임 이후 팬 관리는 뒷전이라는 혹평이 쏟아졌고, 지난 시즌에는 LG 치어리더가 팀 내 사실혼 유부남 선수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져 구설에 오르는 등 협력업체의 관리ㆍ감독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진혁 실장은 지난 2013년 LG 감사(경영진단) 팀의 일원으로 대대적인 야구단 감사를 통해 인적 물갈이를 주도한 뒤 경영기획팀장을 맡아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야구단에 눌러 앉았다.

의도가 있든 없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모양새다. 게다가 부장 4년 만에 임원에 오른 건 LG그룹 전 계열사를 통틀어서도 이례적인 초고속 승진이다. LG는 성적 부진으로 감독과 단장이 교체됐지만 존재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진혁 실장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책임에선 자유로운 자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혁 실장 체제에서 1년을 보낸 직원들의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미숙한 일 처리와 불협화음 역시 1차적인 책임은 양 단장에게 있지만 그를 동조 내지 방조한 건 진혁 실장이며 결국 그런 ‘왕 실장’의 독재를 묵인한 구본준 구단주가 풀어야 할 숙제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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