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감독 혁신단’ 출범 왜
#1
2010년 신한, 2014년 KB ‘사태’
9월 KB금융서 경영승계 또 잡음
3연임 추진 하나금융 겨냥 분석도
#2
업계 제도적 장치 마련엔 공감
스튜어드십 코드, 노동이사제 등
“새로운 관치 의도” 의심도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에 칼을 빼 든 것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제도와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국이 민간기업 CEO 인사를 언급하고 나서는 것 자체가 ‘신관치’라는 시각도 나온다.
11일 출범할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감독제도팀’과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제도 개선을 맡은 ‘지배구조팀’으로 구성된다. 특히 CEO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징후가 포착된 것은 지난달 말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만약 금융회사 CEO가 연임 과정에서 경쟁자를 인사 조치해 자신이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중대한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융지주사의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이 허술한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3연임을 추진 중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연임 과정서 노조와 갈등을 빚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윤 회장은 지난 9월 경쟁 후보였던 김옥찬 KB금융 사장과 양종휘 KB손해보험 사장이 자진 사퇴하며 단독 후보가 돼 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도 3연임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선임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도 선임 과정에서 홍역을 겪었다.
이처럼 유독 금융지주 CEO 선출 시 잡음이 많은 것은 특정 대주주가 없어 CEO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신한사태’(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 갈등이 고소ㆍ고발로 이어진 사건)와 2014년 ‘KB사태’(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 싼 임영록 전 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 간 갈등) 등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명확한 역할 구분, 경영 승계 기준 등이 모호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생기고 각 금융지주마다 승계 절차 등을 담은 내부 규범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개선할 부분도 많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날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의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는 지 살펴보고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왕적인 금융지주 CEO의 폐해와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엔 시장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핑계로 간접적으로 경영에 간섭하는 ‘신관치’에 나서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금융기관뿐 아니라 금융 계열사를 둔 대기업도 모두 통합 감독하며 지배구조를 손 본다는 것은 권한을 남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기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지침)나 노동이사제를 금융권에 정착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제2의 동양사태를 막기 위한 통합감독 제도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다만 지배구조는 주주 권리 차원에서 살펴야 하는데 감독 측면으로 접근하다 보면 정부의 입김이 세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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