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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불황탓 크레인 일한 지 3개월 만에…” 가슴 치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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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불황탓 크레인 일한 지 3개월 만에…” 가슴 치는 형님

입력
2017.12.10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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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발생한 용인 크레인 사고로 숨진 박모씨 유품을 병원 관계자가 옮기고 있다. 박지윤 기자
9일 발생한 용인 크레인 사고로 숨진 박모씨 유품을 병원 관계자가 옮기고 있다. 박지윤 기자

“동생한테 면목 없어서 연락도 못했는데, 이렇게나 만날 줄은…”

9일 오후 경기 용인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로 숨진 박모(38)씨의 두 살 터울 형 종열(40)씨는 시신이 안치된 용인강남병원에서 10일에도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동생이 어려운 집안 살림을 책임지느라 어려서부터 고생만 했어요. 미안한 마음밖에 들지 않아요.”

종열씨는 동생 박씨가 타워크레인 작업 경력 3개월의 신참이라고 했다. 박씨가 크레인을 타게 된 건 최근 수년 새 이어진 조선업계 불황 탓이다. 10여 년 전 일찌감치 경남 거제·통영지역 조선소에 취업한 박씨는 가족 생계를 위해 도색 용접 등 궂은 일을 맡아 성실히 일해왔지만, 지난해 자신이 속한 팀이 해체될 것이란 얘기를 듣곤 ‘눈치껏’ 일을 그만두고 크레인 작업을 배웠단다.

하고 싶은 일이 많던 청춘 박씨는 한시라도 돈벌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몇 년 전부터 신장과 간 질환을 앓는 어머니와 3년 전 위암수술을 한 아버지 병원 뒷바라지를 형과 나눠 맡아야 했기 때문. 숨진 박씨는 통영에서 어머니를, 부산에 살던 종열씨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동생의 성실함을 믿고 결혼을 약속한 짝도 있었지만 전셋집 마련할 돈이 없어 끙끙대다 결국 헤어졌다는 얘기를 지난 추석쯤 들었다고 종열씨는 전했다. “저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워 동생에게 종종 손을 내밀었어요. 동생과 ‘내년쯤 어떤 장사를 하든 함께 시작하자’고 약속했는데, 돈을 더 벌기 위해 용인까지 와 크레인을 타다 변을 당했네요. 더구나 사고 당일이 작업 마지막 날이었다는데…” 종열씨는 가슴을 쳤다.

사고 다음날인 이날 현장에는 사망자 세 명 중 가장 경력이 많은 김모(55)씨 아내와 아들이 찾아 와 약 5분간 멍하니 가장의 마지막 일터를 지켜보다 자리를 떴다. 이들을 맞은 정회운(57) 한국노총 전국타워크레인설치·해체노동조합(전타설) 위원장은 “사고 크레인을 탄 작업자 대부분은 부산 지역에서 팀을 꾸려 이곳에 투입된 인원들로, 대체로 경력이 낮아 20여년 경력의 김씨만 서울 지역에서 합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씨가) 초보 작업자들의 버팀목 역할을 하려고 왔다가 황망히 떠났다”고 고개를 떨궜다. 또 다른 사망자 장모(52)씨 유족은 이날 오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시신을 인계 받으며 오열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이상원 한국노총 비정규직연대회의 의장은 사고 현장을 찾아 “시공사 대림종합건설 측이 의무 안전교육(하루 2시간)을 실시하지 않은데다, 시공사가 파악한 작업자와 실제 작업자 가운데 두 명의 이름이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자체적으로 추가 조사를 벌여 작업자 부실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oby@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9일 경기 용인시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사망자 김모(55)씨 아내(왼쪽 두번째)가 10일 사고현장을 찾아 둘러본 뒤 돌아서고 있다. 김형준 기자
9일 경기 용인시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사망자 김모(55)씨 아내(왼쪽 두번째)가 10일 사고현장을 찾아 둘러본 뒤 돌아서고 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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