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ㆍ탄자니아 등 유엔 제재 동참했지만 일부는 미온적
서구에 대한 반감 등 작용… 북한 통치 모델로 삼기도
냉전 시대, 마르크스주의 성향 혹은 비동맹 성향이 강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동양의 대표 비주류 국가였던 북한과 긴밀한 관계였다. 북한이 핵ㆍ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은 북한과의 관계를 신중히 검토 중이지만, 오랜 역사 때문에 완전히 단절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AFP에 따르면 북한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왕래가 잦지는 않지만,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중대한 외교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그레이엄 네빌 연구원은 “아프리카 국가의 절반인 약 30개 국가가 북한과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 사이의 무역 총액이 연간 2억달러(약 2,19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엔이 올 9월 발행한 문서에 따르면 최근까지 아프리카 11개국이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고 군사기술을 전수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리트레아와 콩고민주공화국은 재래식 무기를, 모잠비크는 지대공 미사일을, 탄자니아는 현대 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을 북한으로부터 도입했으며 앙골라와 우간다는 북한에 자국 치안부대 훈련을 위탁했다. 또 나미비아에서는 만수대창작사의 해외사업체인 만수대해외개발회사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가 활동 중이며 수도 빈트후크에 있는 정보부 본부와 탄약 공장의 건설을 맡았다.
물론 최근 김정은 정권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이 되면서 아프리카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수단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우간다는 북한 군사 조언가를 추방했다. 아우구스틴 마히가 탄자니아 외교장관은 AFP에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최소한으로 축소했다“고 말했고 나미비아 당국자도 “북한 기업과의 계약관계를 청산하겠다”라며 “북한 국적자들도 평양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국가들도 있다. 앙골라가 최근 북한 노동자 150여명을 계약 만료를 이유로 되돌려 보냈지만, 정작 마누엘 아우구스토 앙골라 외교장관은 AFP의 인터뷰 요청에 “북한은 전통적으로 우리의 우방이었고 그들과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모잠비크의 경우 정부 대변인이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유엔과 협력하겠다”고 말했지만 대북제재를 요구하는 유엔측은 여전히 모잠비크 정부가 제대로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과의 관계 단절 요구에 적극 응하지 않는 이유로는 북한의 군사 노하우와 무기 지원이 서구의 지원처럼 정치ㆍ경제개혁을 요구하는 조건부 지원이 아닌 점,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미온적인 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간 관계는 유서가 깊다. 과거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해 서구 중심 질서에 대한 반감이 강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연스레 서구와 척을 지고 있는 북한에 이끌렸다. 특히 신생 독립국의 독재 정권들이 북한의 개인 숭배를 활용한 통치의 영향을 받았다.
최근 물러난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이 북한의 김일성 정권을 모델로 삼은 대표 사례다. 북한은 1980년대 무가베 정권의 악명 높은 특수부대 ‘제5여단’의 훈련을 맡았는데, 이 제5여단은 남부에 거주하는 은데벨레족 2만여명을 무자비하게 학살해 무가베의 집권을 공고히 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2016년 일본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김정은 집권 후 북한과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지만 유엔 등지에서 때때로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또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파견한 예술가들이 짐바브웨뿐 아니라 나미비아, 모잠비크, 세네갈, 콩고민주공화국 등지에 기념물을 건설했다. 영국 BBC방송의 2016년 보도에 따르면 2010년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대서양 연안에 세운 약 49m 높이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이 대표적인 만수대창작사 작품이다. BBC는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동상은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우상숭배 등 체제 선전의 용도로 사용돼 왔기에 아프리카의 권위주의 정권들이 원하는 정치적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기념물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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