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름, 국제관계 이론가 케네스 N. 왈츠는 핵무기를 보유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역할을 통해서 중동에서 세력 균형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왜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려 할까’라는 제목의 기고를 발표했다. 그해 말 왈츠는 또 제재와 외교를 결합하는 전략이 이란의 핵개발을 단념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왈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옳지 않았다. 첫째, 핵무기를 지역적 또는 글로벌 안정의 원천으로 옹호함으로써 그는 핵무기들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거나 오판으로 인해 진짜 사용될 수 있는 위험을 과소 평가했다. 둘째, 왈츠는 이란과의 핵 협상 성공을 예견하는 데 실패했다. 왈츠는 2013년에 사망했지만 오늘날 살아 있다면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P5 + 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 독일)과 이란, 유럽연합(EU)이 2015년에 채택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 마무리되는 것에 주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JCPOA가 외교의 힘으로 자신과 다른 많은 사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특히 군사적 수단을 옹호했던 사람들에게 그렇다.
JCPOA는 (핵무기 해제를 위한) 다자간 공동정책의 랜드 마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것을 ‘역대 가장 어리석은 거래’라 불렀고, 그것은 ‘핵무기로 인한 대학살’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버드 대학의 스티븐 월트와 같은 수 많은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주장이 완전히 비논리적이며 과장되어 있음을 입증해 왔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10월에 JCPOA 재인증을 거부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란에 핵 관련 제재를 다시 부과할지 여부를 미국 의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이 문제는 협정 위반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록 의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할지라도, 트럼프의 반(反)이란 수사법과 공화당 주도세력들은 JCPOA에 부담을 주고 취약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북한과 핵 대치 상태에 있는 상황이라, 중동에서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독일 중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EU는 JCPOA를 지키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이면서 트럼프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핵 확산 분야에서 ‘유인의 역효과(perverse Incentives)’의 긴 목록에 추가되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 무기를 숨겼다는 구실로 시작된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을 생각해 보라. 후세인은 대량살상 무기를 숨겨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몰락했을 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말한 악의 축 즉, 이란과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으면 미국의 정권 붕괴 시도에 취약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은 2011년에 더욱 강해졌다. 핵 계획을 포기했던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엘 카다피 정권을 미국 주도로 전복시킨 것이다.
북한 김정은은 카다피가 시민군에 의해 처형된 직후 몇 주가 지난 뒤 권좌에 올랐다. 카다피 사건은 국제관계에 대한 김정은의 접근 방식에 영향을 끼쳤음이 틀림없다.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위협은 김정은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보다는 그와 김씨 왕조의 생존이 핵무기에 달려 있음을 더욱더 확신시켰다. 강력한 징벌적 제재를 가하는 것만으로는 그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 주민에게 철저하게 모든 종류의 핍박을 가할 것이다.
물론 북한과 이란 간에는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다. 이란에서는 핵 프로그램이 가동되지 않고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한 북한은 이미 60기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과의 전면적인 군사 분쟁은 즉각적인 글로벌 위험성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김정은과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사실 두 방법을 결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안이다. 그러나 외교적 노력이 성공하려면 트럼프는 선동적인 레토릭과 과격한 입장을 버려야 하고, 시진핑 중국 주석과 건설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최근 제 19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시진핑은 국제분쟁 해결, 특히 중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떠안을 것이다. 유능한 글로벌 리더는 상황이 요구하면 동맹국과 대결하기도 하고, 적에게 손을 내밀기도 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을 확실하게 억제할 전략을 찾아내는 것만이 한국과 일본이 핵 클럽에 가입하는 선택을 막는 것이다. 핵무기는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핵무기 확산을 방치한다거나, 참사 가능성을 낮게 봐서는 안 된다. 세계 안보는 (핵무기) 전염을 막고 적대행위와 양극화의 위험한 나선들을 단호하게 끝내는 데 큰 역할을 했던 JCPOA와 같은 외교적 성공 사례를 지켜 내는 데 달려 있다.
하비에르 솔라나 전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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