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도 -0.9%p... 수입 늘어난 탓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1~3분기 누적 수출(4,301억달러)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수출에서 수입분을 뺀 ‘순수출’은 오히려 성장률을 깎아 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순수출 성장기여도(전년동기대비)는 -0.9%포인트를 기록했다. 3분기 한국 경제는 1년 전에 비해 3.8% 성장했고, 이 중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4.8%포인트였다. 결국 순수출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이를 갉아먹은 셈이다. 경제성장률에 내수와 수출이 각각 기여한 정도를 성장기여도라고 한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올해 1분기에도 -1.9%포인트, 2분기엔 -2.3%포인트를 기록했다. 3분기까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만큼 연간으로도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또 지난 2015년(-1.0%포인트)과 2016년(-0.7%포인트)에도 마이너스를 기록, 결국 3년 연속 마이너스를 눈앞에 두게 됐다. 우리 경제에서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3년 연속 마이너스였던 것은 지난 1989~1991년 이후 26년만이다.
이는 수출이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상황과 모순돼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1월 누계 수출액은 전년 동기 16.5% 증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가 65.2%나 증가해 우리나라 수출 호조를 이끌고 있다. 그럼에도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인 것은 수출이 늘어난 것보다 수입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많았다”며 “수입이 미래 생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늘어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장기여도를 계산할 때 수출은 가격 요인을 제거한 채 물량만 따진다. 반도체 가격이 많이 올라 수출액은 커졌지만 성장기여도는 물량 기준으로 보는 만큼 비례해 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수출이 감소해 순수출이 줄었다면 경제성장에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수출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이 더 늘어난 것”이라며 “다만 특정 산업이 수출 증가세에 기여한 바가 너무 크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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