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커플에 웨딩케이크를 팔지 않겠다는 제과점 주인의 판매 거부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일까, 종교적 믿음의 자유에 해당할까. 진보와 보수 간 ‘문화 전쟁’으로까지 불리며 수년간 미국을 달궈온 이 논란이 연방대법원으로 무대를 옮겨 최종 결판에 들어갔다.
이는 연방대법원이 2015년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린 이후에도 일부 업체들이 종교를 이유로 동성결혼에 대한 제품 판매나 서비스 제공을 보이콧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동성결혼의 사회적 인정을 둘러싼 후속 논쟁 성격이다. 특히 이 사건은 동성결혼 문제를 넘어서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수정헌법 14조의 평등 보호 조항이 충돌한 것이어서 그 법리적 경계선을 두고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일 첫 심리를 연 대법원은 내년 봄에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논란은 2012년 7월 찰리 크레이그와 데이비드 멀린스 커플이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매사추세츠주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콜로라도주에서 축하파티를 하기 위해 한 제과점에 웨딩 케이크를 주문하면서 빚어졌다. 제과점 주인 잭 필립스는 이들에게 다른 케이크는 팔 수 있지만 웨딩케이크는 만들어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배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동성 커플은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제소해 콜로라도주 1심과 항소법원은 필립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필립스는 종교 및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 헌법 1조를 내세워 연방대법원에 항소했다.
동성 커플의 주장을 지지하는 법률가들은 1968년 흑인들의 레스토랑 입장을 거부한 ‘뉴먼 대 피키 파크 엔터프라이즈’ 사건에서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는 차별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며 흑인 손을 들어준 역사적 판결을 근거로 제시하며, 필립스의 행위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 업체가 특정한 이유로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필립스 측은 동성애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동성 결혼이란 특정한 제도를 반대한 점에서 흑인의 정체성 자체를 차별한 과거 인종 차별과는 다르며, 웨딩 케이크 제작은 표현 행위로서 자신의 양심을 따를 권리가 보호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5일 열린 첫 심리에서도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고, 대법관들도 성향에 따라 서로 관심사를 드러냈다. 이번 판결에선 보수로 분류되면서도 동성애자 권리 옹호 편에 섰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캐스팅 보트를 쥔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그는 필립스의 거부 행위가 2015년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의 취지를 해칠 수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관용은 자유 사회에서 필수적이다”며 필립스 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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