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은 끝났다고 공식 선포했다. 지난달 초 시리아 정부에 이어 이라크마저 종전을 선포하면서, 2014년 6월 이라크 북부 모술을 점거하고 ‘칼리프 국가’를 선포한 지 3년 반 만에 ‘국가’ IS의 생명력은 사실상 끝난 셈이 됐다. 그러나 IS의 테러 위협과 이라크의 치안 불안 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허한 승리 선언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성과를 앞세우며 시리아에 이어 이라크도 설익은 승리를 발표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이집트 이슬람 사원에서 IS 파벌세력이 저지른 테러로 300여명이 사망했듯이 발판을 잃은 IS와 추종세력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공격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진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9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IS가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이라크-시리아 국경지대를 이라크 정부군이 완전히 장악했다고 밝혔다. 압바디 총리는 “이라크 땅은 완전히 해방됐다”라며 “IS의 몽상은 끝났고, 그 영향력을 모두 지우고 테러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에서 IS와의 전쟁을 지원하던 국제동맹군도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군이 IS 점령지역을 완전히 해방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IS가 테러 조직으로서 살아남아 이라크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점조직으로 돌아간 IS나 알카에다 등 다른 무장 단체가 전후에도 남은 혼란과 분쟁을 이용해 주요 도시 테러로 공포를 조장하고 궁극적으로 재기를 노릴 수 있다는 것. 압바디 총리는 “승리 선언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과 국가를 위협할 테러리스트들에 맞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비슷했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IS와의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이라크 정부의 입장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IS는 무너지고 있으나 그들은 패배하지 않았고 시리아 국경 너머에서도 이라크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의 경우 지난 7일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러시아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이 대IS작전 종료를 선포했지만, 잔여 IS세력은 시리아 정부군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무장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압바디 정부의 완전한 평화를 향한 길은 험난하다. 2003년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한 이래 오랜 전쟁으로 황폐화한 국토를 복구하고 상층부까지 만연한 부패에 대응해 민심을 다잡아야 한다. 대IS전쟁의 동지였던 시아파 민병대와 쿠르드 페슈메르가 등과의 새 관계 설정도 중대 과제다. 이미 지난 10월 이라크 중앙 정부가 쿠르드 자치정부의 독립 시도를 사실상 강제 분쇄한 바 있고,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 간 동서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이라 부족간ㆍ종파간 다툼의 불씨가 남아 있다.
또한 국가로서 IS는 붕괴됐지만 이념으로서 IS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밀려난 무장대원들이 세계 각지의 친IS 무장단체에 합류해 극단주의를 전파하고 각종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4일 이집트 북동부 시나이반도의 한 모스크를 공격한 무장단체는 IS에 충성을 맹세한 IS 시나이지부(윌라야 시나이)로 추정되고 있다.
IS는 2014년 이라크 북부 최대도시 모술을 점령한 후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칼리프 국가’를 선포하면서 영토로서 실체가 있는 국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라크 정부군은 이에 대항해 2015년 티크리트와 라마디를 수복했고 2016년에는 바그다드와 인접한 팔루자마저 수복했다. 이후 시아파 민병대ㆍ쿠르드 페슈메르가와 국제동맹군으로 구성된 포위군을 규합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7월까지 9개월에 걸친 포위전 끝에 IS의 핵심 거점 모술을 점령, 결정타를 날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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