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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PD가 밝힌 '감빵' 박해수와 야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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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PD가 밝힌 '감빵' 박해수와 야구의 비밀

입력
2017.12.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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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배우 최무성(왼쪽)과 박해수. CJ E&M 제공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배우 최무성(왼쪽)과 박해수. CJ E&M 제공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가 내놓은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시청률 6%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작인 ‘응답하라 1988’(2015)을 시청률 18%대까지 끌어올리며 국민 드라마로 만들었던 저력이 다시금 시동을 걸고 있다. 신 PD만의 ‘기술’이 어느 정도 ‘먹히는’ 형국이다. 연극계에선 알아주지만 대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 박해수를 등장시켜 신선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듣는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자주 활용한 야구 소재가 적절하게 혼합돼 흥미를 유발한다.

신 PD에게 들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숨은 이야기를 전한다.

톱스타 없는 신의 한 수, ‘비밀병기’ 박해수

신 PD도 처음에는 "우리도 이번에는 웅크리고 있지 말고 큰 배우(톱스타)들 만나 캐스팅하자"는 마음이었다. 신 PD는 손사래를 치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로 출중한 연출력을 인정 받았고 정우, 김성균, 박보검, 류준열, 안재홍 등 숨은 보석들을 찾아내 ‘스타 제조기’라는 말도 듣고 있다. 그러니 톱스타들이 줄지어 연줄을 내세워 그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접촉해 오는 가 하면, 가수 배우 개그맨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들에선 그가 언제, 어떤 작품을 내놓을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하면서 많은 배우들을 만난 신 PD 입장에서 '배우 욕심'이 생길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소위 A급 배우들만 만나면 "주눅들어서 이런 저런 질문을 못 물어보겠더라"고 했다. 그의 배우 캐스팅 스타일은 독특하다. 대개는 해당 드라마의 대본을 들고 배우에게 읽어보라고 한다거나, 작품 이야기를 하며 의중을 떠본다.

그러나 신 PD는 해당 대본이 아닌 다른 작품을 들고가 즉흥적으로 연기력을 테스트해보고, "여자친구 어떻게 만나요?" "성격이 어떤 편이에요?" "여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에요?" 등 극히 개인적인 질문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은근슬쩍 배우의 인성까지 알아보는 데 이만한 질문이 없단다. 짧은 시간에 깊은 대화를 주고 받아야 하는데 그 대상이 톱스타라면 어쩔 수 없이 불편할 수밖에.

박해수는 "스타가 되는 건 떼 놓은 당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신 PD가 '응답하라 1988' 이후 2년여 만에 내놓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인공 자리를 꿰찼으니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다. 스타 야구선수에서 교도소 수감자라는 극과 극 상황을 연기하는 행운을 얻은 그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박해수는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강한 남성미와 함께 따뜻한 마음씨를 드러내는 김제혁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CJ E&M 제공
박해수는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강한 남성미와 함께 따뜻한 마음씨를 드러내는 김제혁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CJ E&M 제공

신 PD는 KBS 예능국 PD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와 배우 캐스팅을 주도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이우정 작가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 후배인 정보훈 작가의 ‘입봉작’인 이번 드라마에서 극본 기획을 맡은 이우정 작가는 박해수를 적극 추천했다.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박해수의 연기력과 카리스마 있는 무대 매너가 이우정 작가와 정보훈 작가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

신 PD는 올 초 두 사람의 적극적인 추천에 연극 '남자충동'을 봤다. 영화 '대부'의 앨 패시노처럼 조직을 꾸리고 싶어하는 청년 장정을 연기한 박해수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남자충동'에서 슬픈 가족사를 지닌 모습과 이를 이기고 보스가 되려는 장정의 대조적 이미지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주인공 김제혁과 많이 닮아 있다. 김제혁도 스타 야구선수에서 한 순간에 교도소에 수감되는 신세로 전락하니까.

신 PD는 '남자충동'을 보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이우정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그냥 하자"라는 말로 박해수를 캐스팅했다.

"박해수는 김제혁과 어울리는 외관에 연기력도 훌륭하고, 인성도 착하거니와 귀여운 친구입니다. 사실 김제혁이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했던 주인공들에 비해서 가장 비중이 큰 인물이에요. ‘원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톱스타를 캐스팅할 수는 없었어요. 100% 드라마에만 올인해줘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박해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프로야구단 넥센히어로즈의 선수 김제혁으로 등장한다. CJ E&M 제공
박해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프로야구단 넥센히어로즈의 선수 김제혁으로 등장한다. CJ E&M 제공

‘야구광’ 제작진의 야구 사랑

신 PD와 이 작가는 소문난 ‘야구광’이다. 야구 없이는 인생의 재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이들은 "드라마는 겨울에만 하자"고 할 정도로 야구에 푹 빠져있다. 여름에는 야구를 보느라 도저히 회의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라서다. 신 PD는 '응답하라 1994'(2013)와 '응답하라 1988'은 겨울 시즌에 방영했다.

배우 성동일은 '응답하라 1997'(2012)와 '응답하라 1994' 두 편 모두 야구 코치로 등장한다. 신 PD의 한 지인이 야구 코치인 아버지를 둔 데서 비롯됐다. 야구 코치가 주변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듣는 이야기가 많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아 드라마에서 중요한 소재로 쓰였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주인공 김제혁도 야구선수다. 신 PD는 "슈퍼스타가 하루 아침에 제소자가 된다는 설정이 더 충격적일 것 같았다"면서 "감옥에 있으면서 겪게 되는 좌절과 희망으로 가는 과정을 가장 극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이 운동선수일 거란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는 야구 이야기를 넣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신 PD는 조금 더 용기를 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성동일이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프로야구 구단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자주 입에 오르고, 유니폼과 로고, 모자까지 등장하는 넥센 히어로즈다.

"드라마는 서울대를 '한국대' 식으로 사용해야 간접 홍보 등을 피해갈 수 있어요. 그런데 예능 PD 입장에선 '한국대' 같은 명칭들이 오그라들어요. 되도록이면 실명을 사용해 리얼리티를 부각하고자 했습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강인한 야구선수로 나오는 박해수. CJ E&M 제공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강인한 야구선수로 나오는 박해수. CJ E&M 제공

신 PD는 프로야구 팀인 롯데 자이언츠나 LG 트윈스도 접촉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극중에서 김제혁이 감옥까지 가는 상황이어서 구단들에 말을 꺼내기가 민망했을 것이다.

넥센 히어로즈를 선택한 건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김제혁이 서울 서부교도소에 수감되는 터라 서울 연고팀을 선택해야 했다. 두 번째는 '작은 영웅'물을 지향하는 신 PD에게 히어로즈라는 명칭이 주는 임팩트가 강했다. 마음을 다잡고 "부딪혀보자"는 심산으로 넥센 히어로즈의 문을 두드렸다. 걱정은 쓸데 없는 것이었다. 구단 측은 너무도 "쿨하게" 오케이를 했다.

"저희는 영화 속 아이언맨처런 거창한 영웅물이 아니라 가슴이 따뜻한 누군가의 작은 영웅을 그리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넥센 히어로즈는 저희와 딱 맞아떨어졌죠. 그 팀에는 고생 고생해서 온 친구들이 많잖아요. 2군을 거쳐 어렵게 1군으로 온 선수들도 있고요. 김제혁은 사고로 어깨 부상 등을 딛고 올라온 불굴의 사나이인데, 넥센 히어로즈의 색깔이 저희가 이야기하는 부분과 잘 맞았어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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