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바다곤쟁이’로 불리는 작은 종
해안선 따라 곳곳 하얀 띠 형성
눈내린 것처럼 모래사장 뒤덮어
“수십 년 사는 동안 처음 봤다”
주민들 여진과 연관성 의심에
전문가 “조류에 떠밀려 왔을 것”
경북 포항지역 해안가 곳곳에서 난바다곤쟁이로 불리는 작은 새우가 대량 떠밀려 와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과거 수십 년간 본 적도 없는 새우의 떼죽음이 혹시나 포항 지진과 잇따른 여진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8일 찾아간 포항 남구 동해면 도구리 도구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바다에서 떠밀려 온 작은 새우로 뒤덮여 있었다. 새우 길이는 1㎝도 되지 않지만 해안선을 따라 하얀 띠를 형성할 정도로 많은 양이 죽어 있었다.
포항 동해면 임곡리 김성구 어촌계장은 “40년간 바다에서 일했지만 이렇게 많은 새우류가 떠밀려 와 죽어 있는 것은 처음 봤다”며 “일주일 전쯤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고 소량을 떠서 어촌계 사람들에게 보여 줬는데 다들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도구해수욕장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20㎞ 정도 떨어진 포항 북구 영일대해수욕장도 마찬가지였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은 긴 백사장 위로 새하얀 새우들이 돗자리를 펴 놓은 듯 길게 펼쳐져 있었다. 새우류의 떼죽음은 포항 북구 청하면 월포해수욕장에서 포항 남구 동해면 입암리까지 100여㎞ 이상의 해안선을 따라 바닷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포항지역 해안가 주민들은 새우류의 떼죽음을 지난달 발생한 지진을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오후 9시19분 포항 남구 동쪽 9㎞ 해역에서 규모 2.1의 지진이 일어난 뒤 떼죽음 당한 새우류가 발견되자 이런 의심을 더하고 있다.
주민 박모(65ㆍ포항 북구 장성동)씨는 “영일대해수욕장에 평소처럼 산책을 나왔다 새우의 떼죽음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지인에게 사진을 보여 주니 다들 지진 때문 아닐까 하더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에 의뢰한 결과 새우류는 동물플랑크톤의 한 종류인 ‘난바다곤쟁이’로 확인됐다. 난바다곤쟁이는 바다에서 어류, 포유류, 조류의 주요 먹이로, 밑밥용으로 쓰이는 작은 새우다. 몇 년 전에는 포항과 경주지역 어촌계에서 허가를 받고 잡기도 했으나 어자원 보호를 위해 지금은 어획이 금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난바다곤쟁이의 떼죽음은 지진과의 연관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풍 등으로 큰 파도가 치면서 조류에 떠밀려 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 관계자는 “육지에서 보면 상당한 양일지라도 바다 생물 전체 양으로 보면 많은 양은 아니다”며 “바다는 육지와 달리 유동적이어서 생물들도 지진으로 인한 진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며 밀려 온 새우류는 큰 파도에 일시적으로 해안가로 떠밀려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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