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 상공에 쌍방 공습이 오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집결하는 8일(현지시간) 금요 합동예배 직후에는 이스라엘 군경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7일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인 가자지구로부터 발포된 로켓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 내 군사거점을 습격했다고 발표했다. 군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로켓포가 발사돼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서 폭발했다”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 방위군(IDF)과 공군이 ‘테러단체’의 가자지구 군 초소 두 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군은 또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 적대 행위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 공격에서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으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해석되며 관련 소식이 주요 외신에 긴급 타전됐다. 실제 이날과 이슬람 정기예배가 열리는 이튿날 예루살렘과 가자지구 출입 검문소, 서안지구 주요 도시에서는 트럼프의 결정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이를 통제하려는 이스라엘 무장 군인 간 유혈 충돌이 이어졌다. 양일 각 주민 수천명이 거리로 쏟아져 트럼프 대통령 사진과 성조기를 불태우며 강력 항의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스라엘군이 고무총과 최루탄, 물대포 등으로 시위대 진압에 나서 7일에만 두 지구에서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저항이 특히 격화한 8일에는 시위자 2명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가자지구 남쪽과 북쪽 경계에서 각 한 명의 팔레스타인 남성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맞아 숨졌다고 발표했다. 남쪽 구역에서 피격 당한 이는 마무드 알 마스리라는 이름의 30세 남성이며 다른 희생자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스라엘 측은 사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희생자들은) 폭력 시위의 주요 선동자”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분노의 날’로 선포한 기간(7~9일)이 하루 더 남은 상황에서 이처럼 인명 피해가 속출함에 따라 ‘3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민중봉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가장 우려했던 극단주의 무장조직 활동도 점쳐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이슬람지하드(PIJ)와 또다른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7일 각각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위해 무장 투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