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2015년 7월 한국과의 갈등끝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나가사키(長崎)현 하시마(端島ㆍ일명 군함도)와 관련해, 당시 논란속 등록이 결정된 취지를 따르지 않고 ‘물타기 꼼수’를 계속하고 있다. 한반도강점기 해저탄광으로 징용돼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조선인들의 한이 서린 군함도에 대해 가혹한 강제노동 실태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옛 섬 거주자 등의 이야기를 증언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될 영상기록엔 “조선인에게는 그렇게 위험한 일은 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탄광에서 일본인도 조선인도 모두 같았다”, “학대는 있을 수 없다” 등의 주장이 수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共同)통신은 7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2019년께 군함도가 포함된 세계문화유산 소개시설을 도쿄도(東京都)에 설치, 관련 자료를 전시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일본은 군함도가 포함된 ‘메이지(明治)산업혁명 유산’과 관련한 종합정보센터를 도쿄에 설치할 계획이란 보고서를 최근 유네스코에 제출했지만, 군함도 소재지로부터 1,200㎞이상 떨어진 도쿄에 정보센터를 설치키로 해 황당한 꼼수란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일 외교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에 약속한대로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조치를 성실히, 조속히 이행하라”고 유감을 표했다. 통신은 이 사안으로 한국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며 역사인식을 둘러싼 대립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긴박한 북한정세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일본이 조기개최를 목표로 하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일정 조정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이번 증언은 일본거주자 분량뿐이어서 한국에 거주하는 당시 노동자 등의 증언도 확보할 수 있으면 내용과 관계없이 공개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공개가 검토되는 것은 재일조선인을 포함한 이전 섬 거주자 등 60여명으로부터 청취한 200시간 분량의 영상기록 일부”라고 전했다. 청취작업은 가토 고코(加藤康子) 내각관방참여(총리 자문역)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내용은 조만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은 도쿄에 설치할 관련시설에 6,500여 장의 사진, 1897년이후 군함도의 변천을 보여주는 갱도도(坑道圖), 당시 신문기사 등도 전시할 방침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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