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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이 지인 자녀 이력서 내고… 면접 개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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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이 지인 자녀 이력서 내고… 면접 개입하고…

입력
2017.12.08 11: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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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정인 위해 서류전형 배수 확대

경쟁 상대 점수는 낮게 조정

경력 없는 무자격자 뽑기도

#2

심사위원에 부모 성명 등 알려

간부 자녀에게 높은 점수 부여

인사위ㆍ채용심사위 구성도 문제

2014년 한 공공기관의 서류전형 과정에선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그 동안 이 기관은 최종 합격자의 2~5배수를 서류전형에서 뽑아 왔다. 그런데 채용이 진행되던 중 갑자기 서류전형 합격 인원이 30배수로 늘었고, 나중엔 45배수로 재차 바뀌었다. 알고 보니 특정인을 위해 합격배수를 조정한 것이었다. 이렇게 서류전형을 통과한 당사자는 결국 최종 면접에서 합격했다.

공공기관이야말로 ‘인사ㆍ채용 적폐’의 온상이었다는 사실이 정부 합동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 달 반 밖에 안 되는 조사에서 무려 2,200건이 넘는 채용 관련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기관장이 청탁을 받아 직접 개입하거나, 점수를 대놓고 조작한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부처 회의에서 채용비리 특별점검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10월16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이뤄진 275개 공공기관 대상 채용비리 전수조사의 결과다.

이번 전수조사에선 총 2,234건의 지적 사항이 적발됐다. 유형별로 분류하면 위원구성 부적절이 527건으로 가장 많았고, 규정미비(446건) 모집공고 위반(227건) 부당 평가(190건) 선발 인원 변경(138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 부정한 지시, 서류조작 등도 다수 발견됐다. 정부는 143건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를 내리고, 23건은 검찰 등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심지어 기관장이나 공공기관 간부가 외부에서 인사 청탁을 받은 뒤 채용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특정인을 입사시킨 경우도 있었다. A기관에서는 기관장이 지인 자녀의 이력서를 인사담당자에게 주며 채용을 지시하자 인사담당자가 이 사람을 특별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 사례도 있었다.

인사위원회나 채용심사위원 구성에도 문제가 많았다. B기관에서는 심사위원에게 지원자 부모의 성명ㆍ직업 등이 기재된 응시원서를 나눠준 뒤 자기 기관 간부의 자녀에게 높은 점수를 줘 채용될 수 있도록 했다. C기관은 면접위원도 아닌 사람을 면접장에 들여보냈고, 최종 면접대상자 2명 중 1명에게만 질문을 해 질문받은 사람만 합격을 시키기도 했다.

전형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하거나 부당하게 점수를 준 사례도 무더기로 나왔다. D기관 채용업무 담당자는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임의로 경력 관련 점수를 조작했다. 더구나 특정인의 경쟁 상대가 될 만한 우수 지원자들의 경력 점수는 일부러 낮게 조정했다. E기관은 면접 전형에서 가점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추가점수를 고의로 주지 않아 결과적으로 지역 유지의 자녀가 합격될 수 있도록 했다.

모집공고를 일부러 알리지 않아 특정인에게 유리한 조건을 조성한 경우도 있었다. F기관은 채용공고를 경영정보 시스템(알리오)이 아닌 특정협회 등에만 게재한 뒤 해당기관 전직 간부가 알선한 사람을 특별 채용했다.

채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지원자를 뽑은 사례도 있었다. G기관은 채용 필수서류(경력증명서 및 졸업증명서)도 받지 않고 서류ㆍ면접심사를 진행해, 해당 분야 경력이 없는 무자격자를 뽑았다. H기관은 채용 공고문에 명시된 전공자(상경계열 박사)가 아닌 사람을 서류전형에 합격시킨 뒤, 기관장이 예정에 없이 면접전형에 들어와 이 사람을 편드는 발언을 해 최종 합격시키기도 했다.

정부는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신고된 제보 등을 바탕으로 심층조사가 필요한 19개 기관을 선정해 이달 22일까지 추가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이어 지방공공기관 824곳, 공직유관단체 272곳에 대한 특별점검을 올해 말까지 끝내기로 했다. 채용비리 관련 조사가 마무리되더라도 비리신고센터는 상설 운영된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진 기재부 차관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준호 국민권익위 부패방지국장, 허경렬 경찰청 수사국장, 김용진 차관, 조규홍 기재부 재정관리관, 박태성 산자부 감사관. 연합뉴스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진 기재부 차관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준호 국민권익위 부패방지국장, 허경렬 경찰청 수사국장, 김용진 차관, 조규홍 기재부 재정관리관, 박태성 산자부 감사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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